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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3시30분쯤 대구에서 경북 예천군으로 가는 택시 안. 30대 남성 A씨가 탑승 이후 줄곧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택시가 출발한 후 30여 분 지나자 A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면서 마치 책을 읽듯이 “경북 안동시 OO교회로 가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런 뒤에도 A씨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며 불안한 모습이었다. 뛰어난 눈썰미와 직감으로 보이스피싱 수거책 검거에 기여한 경찰 출신 택시기사 김상오씨. 사진 경북경찰청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승객 수상히 여긴 택시기사…112 신고 A씨의 부자연스러운 언행을 수상하게 여긴 택시기사 김상오(62)씨는 A씨가 차에서 내린 후에도 룸미러를 통해 A씨 행동을 유심히 살펴봤다. A씨는 도착 장소인 OO교회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어딘가로 전송하거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는 직감적으로 A씨가 ‘보이스피싱 수거책’이라고 확신하고 곧장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 신고에 바로 ‘코드 제로’ 지령을 내렸다. 코드 제로는 아동범죄나 강력범죄 등 가장 긴급한 사안에 내리는 지령이다. 김씨는 신고 이후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차분하게 승객 인상착의와 현장 상황을 112 신고 접수요원에게 설명했다. 뛰어난 눈썰미와 직감으로 보이스피싱 수거책 검거에 기여한 경찰 출신 택시기사 김상오씨(왼쪽 두 번째)가 경북경찰청으로부터 감사장을 수여받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경북경찰청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잠시 후 50대 남성 B씨가 나타나 큰 가죽가방에서 쇼핑백 하나를 꺼내 A씨에게 전달하고 자리를 떠났다. 출동 중인 경찰관들은 김씨의 신고 내용을 실시간으로 들으면서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A씨를 붙잡을 수 있었다. A씨가 받은 쇼핑백 안에는 현금 5000만원이 들어 있었다. ━ 현금 5000만원 건네받은 수거책 검거 택시기사 김씨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씨는 A씨에게 현금을 건낸 B씨가 공범일 수 있다는 생각에 차를 타고 주변을 돌면서 B씨를 찾아냈고 다시 112에 신고했다. 김씨는 다른 택시를 타고 어딘가로 가는 B씨를 추격하면서 112 신고 접수요원에게 실시간으로 위치를 설명했다. 이 덕분에 경찰관이 B씨의 신병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 확인 결과 B씨는 공범이 아니라 또 다른 피해자로 파악됐다.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검거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김씨는 전직 경찰이었다. 1990년 경찰에 입문해 32년간의 경찰 생활을 마치고 퇴직한 베테랑 중에서도 베테랑이었다. 그의 ‘남다른 눈썰미’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 32년 경력 베테랑…경찰, 감사장 수여 경북경찰청은 신고뿐 아니라 추격, 검거에 이르기까지 큰 역할을 해낸 택시기사 김씨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12일 감사장과 신고보상금을 전달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상오씨는 “후배들과 함께 힘을 합쳐 범죄로부터 소중한 재산을 지키는 데 기여할 수 있어 오랜만에 가슴 뛰는 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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