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정무직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정진석 비서실장 오른쪽부터 신임 환경부 장관 후보자 김완섭 전 기획재정부 2차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금융위원장 후보자 김병환 전 기획재정부 1차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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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일 환경부 장관 후보에 김완섭 전 기획재정부 2차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에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 금융위원장 후보에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을 지명하는 등 3개 부처 장관급과 7개 부처 차관급 개각을 단행했다. 지난 총선 뒤 부처 장관이 교체된 건 처음이다.
방통위원장의 경우 김홍일 전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지난 2일 사임한 지 이틀 만에 후임자가 지명됐다. 이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지명 소감에서 “조만간 임기가 끝나는 공영방송(MBC·KBS·EBS) 이사를 유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이사 교체 의지를 밝혔다.
이날 인선 브리핑을 맡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 환경부 장관 후보자를 “두 차례에 걸쳐 윤석열 정부 예산 편성을 총괄하는 등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소개했다. 김 후보자는 행정고시 36회로 기재부 사회예산심의관과 예산실장을 역임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지명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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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실장은 이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해선 “언론계에서 쌓은 경험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방통위 운영을 정상화하고 미디어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확보해 방송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MBC에서 사회부·국제부·문화부 기자와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이 후보자는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전 종군기자로 활동했다. 금융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김 차관은 행정고시 37회로 현 정부의 첫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냈다. 정 실장은 “금융 정책과 거시 경제 정책을 담당한 정통경제 금융 관료”라고 말했다.
이날 인선의 하이라이트는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지명 소감 발표였다. 이 후보자는 빈손으로 온 다른 지명자와 달리 임명 소감이 빽빽이 적힌 A4용지를 품에 들고 나타나 6분 30초간 읽어내려갔다.
연단에 선 이 후보자는 “어떤 불법적 행위에도 가담하지 않은 전임 방통위원장 두 분이 석 달과 여섯 달 만에 직에서 물러난 걸 목도하고 지명돼 마음이 무겁다”고 운을 뗐다.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의 탄핵 표결 직전 자진 사퇴를 거론한 것이다. 이어 민주당의 방통위원장 탄핵 시도를 “정치적 탄핵”이라 규정한 뒤 “방송은 지금 공기(公器)가 아니라 흉기라 불린다. 특히 공영방송이 그런 비판을 받는다”며 자신이 몸담았던 MBC에 날을 세웠다. 이 후보자는 바이든·날리면 보도와 청담동 술자리 보도 논란 등에 대해 “가짜 허위 기사로 현 정부가 방송 장악을 시도했다면 이런 기사가 가능했겠느냐”며 “공영방송 다수 구성원이 민주노총 조직원으로 공영 언론은 노동 권력에서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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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급 후보자가 청문회를 앞두고 지명 소감부터 야당과 각을 세운 건 이례적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8월 중 MBC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과 KBS이사진 교체가 예정돼 있다”며 “이 후보자도 공영방송 이사 교체 이후 탄핵을 각오하고 있기 때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야당은 강력히 반발하며 청문회 전부터 탄핵을 예고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은 공동 긴급 성명에서 “내정자 신분에서 방송사 보도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편성권 침해이자 공정성을 훼손한 위험한 발언으로 이미 방송법을 위반했다. 이 내정자를 임명한다면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 지명은 방송장악을 이어가겠다는 대국민 선전 포고”라고 비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연원정 대통령실 인사제도비서관, 김범석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박범수 대통령실 농해수비서관, 용호성 문체부 국제문화홍보정책실장을 각각 인사혁신처장과 기획재정부 1차관,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문체부 1차관에 내정했다. 농촌진흥청장에 권재한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이, 산림청장에는 임상섭 산림청 차장이, 국립중앙박물관장에는 김재홍 국민대 한국역사학과 교수가 임명됐다.
박태인·김정재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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