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교차로 교통사고 상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서울중부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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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인도에 돌진해 16명의 사상자를 낸 운전자 차모(68)씨가 첫 피의자 조사에서 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차씨는 사고 직후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도 “차가 급발진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4일 오후 2시 45분부터 4시 50분까지 서울대병원을 찾아 입원 중인 차씨를 상대로 첫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약 2시간 여 진행된 조사에서 차씨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피의자 조사에는 경찰 조사관 4명이 입회했다.
피의자 조사가 이뤄진 건 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 만이다. 차씨는 사고 당시 갈비뼈 10개가 골절되고 왼쪽 폐가 손상돼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가 일반 병실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그간 경찰은 차씨가 중상을 입고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임을 고려해 정식으로 조사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및 변호인과 협의해 추후 후속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차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3일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출석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거나 체포 필요성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차씨가 병원에 입원한 상태인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피의자 조사의 핵심은 사고 당시 차씨가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액셀)을 밟았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다. 차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으나, EDR(자동차용 영상 사고기록장치·Event Data Recorder),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 사고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등 경찰이 확보한 증거 자료엔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액셀을 밟은 정황이 포착됐다. 통상 급발진 사고의 경우,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이 나타난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EDR과 블랙박스 등을 분석한 경찰은 차씨가 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 속도를 낸 사실이 확인된 만큼 당시 가속 이유와 돌발상황 여부, 급발진이라고 주장하는 근거, 일방통행 도로에서 역주행한 이유 등에 대해서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2일 경찰은 사고 당시 차에 함께 타고 있던 차씨 부인 김모(66)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1차 조사했다. 김씨도 “(차씨가)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작동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김씨는 지난 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도 “호텔에서 나오자마자 우회전을 하려는데 물체인지 사람인지가 있어서 피하려다가 갑자기 붕 뜨는 느낌으로 차가 빨리 나갔다. 내가 ‘왜 이렇게 빨리 가냐’고 했는데,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가 날아가다시피 달렸다”고 주장했다. 차량 제어가 불가능한 급발진 상황이었다는 취지다.
차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와 시청역 인근에서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를 역주행하며 안전펜스와 보행자들을 충돌한 뒤, 이후 BMW·소나타 차량을 연달아 충돌했다. 경찰에 따르면 차씨가 몰았던 제네시스 G80 차량은 주차장에서 나온 직후 사고지점까지 시속 100㎞에 가까운 빠른 속도로 돌진했다.
경찰은 피의자 조사 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지 검토할 예정이다. 경찰은 급발진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수집한 증거의 정밀분석을 의뢰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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