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을 지난 1월 벌어졌던 이재명 전 대표 피습 사건과 비교하며 여권과 언론들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뭐가 문제라는 건지, 정치부 최원희 기자와 이 내용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최 기자, 먼저 민주당 비판의 내용을 좀 설명해주시죠.
[기자]
시작은 민주당 대변인을 맡았던 최택용 부산시당위원장 후보였습니다. 트럼프의 닥터헬기를 보도하지 못하는 한국 언론을 조소한다는 글을 SNS에 올렸는데, 기자들을 비하하는 말인 '기레기'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그러자 국회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의원과 강선우, 전현희 의원 등이 잇따라 비슷한 글을 올렸습니다. 우리 언론은 이 전 대표의 헬기 이송 특혜 논란을 보도했지만 미국 언론은 트럼프 헬기를 문제삼지 않았다는 겁니다.
[앵커]
적절한 비교인지는 일단 제쳐두고요, 저 주장 자체는 맞는 말입니까?
[기자]
일단 트럼프가 닥터헬기를 타고 이송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멀어 보입니다. 미 CNN과 워싱턴포스트, ABC 뉴스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피격 뒤 헬기가 아닌 차량을 타고 병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CBS도 트럼프가 병원으로 이송된 뒤 스스로 걸어서 병원으로 들어갔다고 보도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왜 저런 글들을 쓴 겁니까?
[기자]
트럼프 피습 뒤 사고 현장에 헬리콥터가 도착했다는 일부 보도가 있긴 했습니다. 다만 트럼프를 위한 게 아니라 부상자 후송을 위한 거란 추정이 나왔는데, 야권 성향 일부 지지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트럼프도 헬기를 탔는데 왜 지적하는 곳이 없느냐"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가 이송된 병원은 사고 현장에서 불과 17km 떨어진 2급 외상센터였습니다. 가까운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대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논란이 됐던 이 전 대표 사례와는 처음부터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그럼 해당 글을 올린 의원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기자]
최민희 의원실 관계자는 "트럼프가 헬기를 탄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고, 적절한 비교도 아니었단 점을 인정한다"며 글을 곧바로 삭제했습니다. 강선우 의원은 "언론 보도 행태가 다르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무리수를 둬가면서 트럼프 사례를 끌고 온 이유는 뭐라고 봐야할까요?
[기자]
우선 당내 상황과 무관치 않아보입니다. 최택용 후보는 당내 시당위원장 경선을, 강선우, 전현희 의원은 최고위원 경선을 치르고 있습니다. 누가 진짜 친명이냐로 평가 받는 상황에서 앞다퉈 이른바 '명심'에 호소하려다 빚어진 일종의 '사고'란 겁니다. 실제로 비판 글을 올렸던 한 의원의 SNS엔 "제발 자폭 그만하자"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와 함께 이 전 대표도 피습 사건의 피해자였다는 걸 다시 소환하는 게 정치적으로 나쁠 게 없다는 판단도 깔린 걸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맹목적인 비판이 또다른 논란을 불러온듯 한데, 비판을 하려면 사실관계부터 먼저 따져봐야하는거 아닌가 싶네요. 최원희 기자 잘 들었습니다.
최원희 기자(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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