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을 이어가고 있는 레바논에서, 무선 호출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면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호출기 안에 폭발 장치가 설치된 걸로 추정되는데, 레바논 측은 이번 사태를 '이스라엘 침략'으로 규정하며 보복을 예고했습니다.
베를린 김민찬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 리포트 ▶
한 남성의 가방이 큰 소리와 함께 갑자기 폭발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황급히 몸을 피하고, 쓰러진 남성은 비명을 지릅니다.
마트 계산대 앞에 선 남자도 허리에서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순간 갑자기 폭발이 일어납니다.
현지시간 17일 오후, 레바논 전역에서 무선 호출기, 즉 삐삐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졌습니다.
[피라스 아비아드/레바논 보건부 장관]
"부상자들은 주로 휴대하고 있던 호출기가 폭발하면서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현재까지 숨진 사람만 최소 9명.
부상자도 3천 명에 육박하는 데, 대부분 눈과 손, 허리 등을 크게 다쳤습니다.
레바논 측은 이번 사태를 이스라엘 소행으로 단정 지었습니다.
외신들도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추적을 피하려고 휴대전화 대신 호출기를 사용했는데, 이를 노린 이스라엘이 오랫동안 계획한 작전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레바논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가 헤즈볼라가 수입한 호출기 5,000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생산 단계에서 호출기를 개조했을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전문가들도 호출기 안에 폭발물과 원격 폭발 장치가 이미 들어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다만 대만에 본사가 있는 호출기 업체 대표는 상표를 헝가리에 있는 회사에 빌려줬을 뿐, 제작과 판매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쉬칭광/대만 호출기 업체 대표]
" 우리 제품이 아니라는 걸 100% 확신합니다."
헤즈볼라는 보복을 공식 선언한 가운데, 아직 이스라엘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이 중동의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베를린에서 MBC뉴스 김민찬입니다.
영상취재 : 류상희 / 영상편집 : 김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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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찬 기자(mckim@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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