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피콜롬보가 9월4일 수성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을 때 찍은 사진. 촬영 당시 수성과의 거리는 177km였다.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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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일본이 공동으로 제작한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가 역대 최근접거리에서 촬영한 수성 사진을 보내왔다.
유럽우주국(ESA)은 베피콜롬보가 지난 4일(한국 시각 5일)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 수성을 165km 떨어진 거리까지 근접비행하면서 128장의 사진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이번 비행은 모두 6번으로 예정된 근접비행 중 네번째다. 유럽우주국의 비행역학팀이 우주선의 경로를 조정함에 따라 원래 계획보다 수성에 35km 더 가까이 다가갔다.
플라이바이(스윙바이)로 불리는 이 근접비행을 하는 목적은 수성 궤도 진입에 앞서 수성의 중력을 이용해 비행 속도를 줄여, 우주선의 태양 공전 주기를 수성과 비슷하게 맞추려는 것이다.
이번 비행에서 베피콜롬보는 처음으로 수성의 남극 지역을 근접 촬영했다. 유럽우주국은 “우주선이 수성 궤도에 진입한 뒤에는 이런 위치와 각도에서 수성을 관측할 기회가 없다”고 밝혔다.
수성 적도 부근의 비발디 충돌구. 베피콜롬보가 수성에서 355km 떨어진 거리에서 찍은 사진이다. 왼쪽 아래가 북극이다.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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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의 독특한 2중 고리 모양 충돌 분지
이날 베피콜롬보는 수성의 밤에 해당하는 지역으로부터 수성에 다가가면서 3대의 우주선 모니터링용 카메라(M-CAM)로 수성을 각기 다른 각도에서 촬영했다.
탐사선은 최근접 거리를 통과한 지 4분 후 수성의 독특한 ‘피크 링(peak ring) 분지’를 잇따라 촬영했다. 소행성이나 혜성의 충돌로 인해 생성된 2중 고리 형태의 이 분지는 지름이 약 130~330km로, 평평한 바닥에 고리 모양의 봉우리가 솟아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베피콜롬보가 첫번째 포착한 것은 비발디 충돌구로 지름이 210km로 추정된다. 탐사선이 일출 무렵에 다가갔기 때문에 지형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고리에 약간의 틈이 나 있는데, 이는 용암이 충돌구 안쪽으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유럽우주국은 밝혔다.
베피콜롬보가 촬영한 수성의 스토다트 충돌구. 수성에서 약 555km 떨어져 있을 때 찍은 사진이다.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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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분 후엔 폭 155km의 새로운 피크 링 분지가 포착됐다. 유럽우주국 과학자들은 이 분지에 스토다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스토다트는 꽃 그림으로 유명한 뉴질랜드 화가 마가렛 올로그 스토다트(1865~1934)에서 따온 이름이다.
2중 고리 모양의 피크 링 분지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과학자들은 소행성이나 혜성 충돌 과정에서 어떤 반발력이 작용한 결과일 것으로 추정한다.
수성에 있는 피크 링 분지의 상당수에는 화산 용암이 흘러들어온 흔적이 있다. 비발디와 스토다트에도 이런 흔적이 있다.
베피콜롬보가 최근접 비행을 마친 뒤 수성에서 멀어지면서 3459km 떨어진 거리에서 찍은 사진.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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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피콜롬보의 다음 수성 근접비행은 2024년 12월1일, 2025년 1월8일에 각각 예정돼 있다.
탐사선은 이를 통해 더욱 속도를 줄여 2026년 11월 수성 궤도에 진입한 뒤 2027년부터 본격적인 탐사 활동을 벌인다. 탐사선의 추진기 문제로 궤도 진입 시기가 애초 계획보다 11개월 뒤로 밀려났다.
베피콜롬보는 유럽우주국의 ‘수성 행성 궤도선’(MPO)과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의 ‘수성 자기장 궤도선’(MMO)’ 두 개의 탐사선으로 구성돼 있다. 수성 궤도에 진입하게 되면 두 탐사선은 분리돼 고도 480~1500km의 타원궤도를 돌며 각각 1년여 동안 독립적으로 수성 탐사를 시작한다.
수성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베피콜롬보를 묘사한 그림.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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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 탐사선 보내기가 어려운 이유
수성은 지구 지름의 약 3분의 1 크기로, 평균 5800만km 거리에서 태양을 공전한다. 태양을 두번 공전하는 동안 세번 자전한다.
베피콜롬보의 기본 임무는 수성 표면을 촬영하고 자기장을 분석하는 것이다. 수성의 거대한 핵을 이루고 있는 철 성분도 분석한다. 수성은 전체의 64%가 철로 이뤄져 있다.
수성이 핵이 크고 지각이 얇은 행성이 된 것은 거대한 천체가 수성과 충돌하면서 맨틀 대부분을 날려버렸기 때문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수성은 태양계 행성 중 태양 중력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는데다 공전 속도도 초속 47km로 지구보다 1.5배나 빠르다. 또 표면 온도가 낮에는 400도, 밤에는 영하 170도로 변화가 극심해 우주선이 수성 궤도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거나 착륙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그동안 우주 탐사에서 후순위로 밀려나 있었다.
2018년 10월 지구를 출발한 베피콜롬보는 1970년대 미국의 매리너 10호, 2000년대 미국의 메신저에 이은 세번째 수성 탐사선이다.
윤복원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물리학)은 지구와의 거리가 훨씬 더 먼 목성이나 토성보다 수성 궤도선이 더 늦어진 데는 세가지 걸림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첫째는 태양에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을 탐사하려면, 태양의 복사열과 태양풍으로부터 탐사선을 보호하는 장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둘째는 그만큼 탐사선 질량이 더 커지기 때문에 발사체도 더 강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수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하려면 역추진으로 감속해야 하는데, 감속해야 하는 속도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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