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구진이 다리 힘이 약해진 노인들을 위한 외골격 로봇 반바지를 개발했다. 뮌헨공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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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미국의 신경공학자 대니얼 페리스(플로리다대 교수)는 15년 후인 2024년에는 사람들이 외골격 로봇을 착용한 채 거리를 활보하고 쇼핑몰과 집을 드나들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 전망과는 달리 그가 예견한 시점에 다다른 지금도 착용형 외골격 로봇은 대부분 실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일 뮌헨공대 연구진이 그의 비전에 한 발 다가선 외골격 로봇 워크온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계지능’(Nature Machine Intelligence)에 발표했다. 다리 힘이 약해진 노인을 포함해 걷기가 불편한 사람들이 힘 들이지 않고 쉽게 걸을 수 있게 해주는 착용형 로봇 반바지다. 워크온은 사용자의 허리에 두르는 U자형 허리띠와 두 허벅지에 두르는 두개의 밴드형 모터로 이뤄져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하반신 웨어러블 기기가 주로 신경이 마비된 환자를 겨냥한 반면, 이번에 개발한 것은 나이 든 일반인들의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돋보인다. 다리 근육의 힘은 50살 무렵부터 연간 1~4%의 비율로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워크온은 고관절 굽힘을 보조함으로써 노인의 보행 효율성을 높이는 원리다. 연구를 이끈 로렌치오 마시아 교수는 전기자전거와 같은 개념으로, 걷는 것은 물론 조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젊은 사람에게 로봇 반바지를 입혀 언덕을 500m 오르도록 한 결과 대사비용, 즉 에너비 소비량이 18% 감소했다. 또 노인이 로봇 반바지를 입고 평지에서 400m 걸을 경우엔 대사비용이 10% 이상 감소했다. 이는 체중을 각각 10kg, 6kg 줄이는 것과 비슷한 효과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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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이면 착용…노인들의 이동성 향상 기대
박사과정에 있는 연구원이 직접 실험한 결과, 선 자세에서 걷는 자세로 전환할 때 허벅지에서 허리띠까지 뻗어 있는 2개의 얇은 인공 힘줄이 동시에 위로 당겨져 고관절 굽힘근의 부하를 일부 덜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힘줄에 부착된 측정 장치가 엉덩이 각도와 걷는 속도를 결정하는데, 걷기 단계로 전환할 때에 정확히 맞춰 이 장치가 모터에 신호를 보낸다.
연구진은 “이 시스템은 사람이 얼마나 빨리 또는 천천히 움직이는지 인식해 각각의 다리 무게에 맞춰 움직임을 조정해준다”고 설명했다. 로봇 반바지는 사전에 특별히 자신의 몸에 맞게 작동 조건을 설정할 필요가 없으며, 착용을 마치는 대로 바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로봇 반바지의 제어 능력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7점 만점에서 평균 6점이 넘는 높은 점수를 줬다.
기존 착용형 기기와 달리 로봇 반바지는 섬유를 소재로 써서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운 것도 장점이다. 배낭보다도 작아 옷 위에 쉽게 착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연구진은 1분이면 착용을 마칠 수 있다고 밝혔다. 무게는 2.93kg이다.
마시아 교수는 로봇 반바지는 몸은 허약하지만 굳이 보행보조기까지 필요하지는 않은 사람들, 예컨대 노인이나 심장, 폐 질환 등으로 몸이 허약해진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로봇 반바지 덕분에 더 오랜 시간 외출할 수 있게 되면 삶의 이동성과 독립성이 높아져 노인들의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은 몇년 안에 사용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모터와 케이블을 골라 스스로 조립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듈식 로봇 반바지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2256-024-00894-8
Soft robotic shorts improve outdoor walking efficiency in older adults. Nat Mach Intell 6, 1145–1155 (2024).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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