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구별하는 SNS 이용자들
[X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3일 밤 비상계엄 사태로 온라인에 각종 가짜뉴스와 허위사실이 확산했지만 누리꾼들은 혼란에 휩쓸리는 대신 '팩트체크'에 나서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누리꾼 수사대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보의 사실관계를 발 빠르게 판별하고 이를 적극 공유해 허위 정보가 확산하는 것을 경계했다.
충격적인 가짜뉴스가 등장하면 금세 화제가 됐지만 이내 그것이 허위임을 조목조목 짚는 누리꾼 수사대의 분석이 뒤따랐다.
이는 마지막 계엄령이 발령됐던 45년 전과 달리 인터넷과 SNS가 발달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환경은 가짜뉴스의 확산도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누리꾼들이 여러 정보와 데이터를 빠르게 비교·분석해 진위를 가릴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전날 언론사와 유튜버들이 국회 앞에서 실시간으로 현장을 촬영하고 중계할 수 있었던 것도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가짜뉴스가 설 자리를 좁게 만들었다.
전날 밤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 온라인에서는 서울 사당역과 논현역 인근 도로 위에 장갑차가 출몰한 것을 찍은 사진이 삽시간에 퍼졌다.
그러나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akk***'는 이러한 정보가 모두 틀렸다고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과거 군 야간 훈련 당시의 사진으로 보인다"며 "(신림역에서 찍힌 사진 속) 유리창에 비친 미니스톱은 한국에서 철수했고, 두 번째(논현역) 사진은 초록색 나무만 봐도 지금 계절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게 보인다"고 적었다.
실제로 편의점 미니스톱은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에 인수돼 지난 3월 통합 및 브랜드 전환 작업이 완료됐으며, 미니스톱이 위치했던 건물에는 현재 세븐일레븐이 자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일 등장한 가짜뉴스 합성 사진
[인터넷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의 합성 여부도 구별해냈다.
'오후 11시 이후 통행 시 불심검문·체포' 자막이 떠 있는 한 방송사의 뉴스 화면 캡처 사진이 확산하자 엑스 이용자 'mev***'는 "라이브(방송) 다시 봤는데 자막 나오는 부분 일절 없다"고 짚었다.
또다른 이용자 'akk***'는 "화면 휘도와 노출 등을 미세하게 조절하니 합성이 의심되는 여백이 몇 군데 포착됐다"고 공유했고, 'b1u***'는 "대통령 발표에 이런 내용 없었다. 가짜뉴스 뿌리지 말고 글을 내리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해당 방송사는 계엄 선포 후 약 1시간이 지난 시각에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문제의 사진이 가짜뉴스이므로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누리꾼 대다수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위기 상황일수록 가짜뉴스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엑스 이용자 'but***'는 "이미지와 동영상을 너무 맹신하지 말자. 요즘 인공지능(AI)이 판을 쳐서 정확한 정보를 단번에 얻기 어렵다는 걸 인식하고 지내자"고 했으며, 스레드 이용자 'hff***'는 "가짜뉴스 퍼 나르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사람들 불안감만 높인다"고 썼다.
직장인 이모(30) 씨는 "어제 친구들에게 뉴스 자막 사진을 공유했다가 가짜뉴스인 걸 알고 정정했다"며 "비상 상황에 믿을 게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불안하면서도 나부터 먼저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에 대한 강력한 법·제도가 논의되지만 실질적으로 정보를 규제하는 게 쉽지 않다"며 "이럴 때 중요한 게 바로 시민 참여 기반의 팩트체크다. 이번 사례는 디지털 시민 역량이 높아졌으며 SNS 공간에 대한 면역력과 건강성을 지킬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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