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보름달 같은 큰 정치' 어디로…정쟁으로 되돌아간 여의도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보름달처럼 꽉 찬 정치를 하겠다', '민생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는 정치권의 명절 인사도 기억하시는지요?
그런데 명절을 쇠고 다시 문을 연 국회 첫날을 보니, 이 추석 인사가 '빈말'은 아니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여야 지도부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보름달처럼 통 크고 더 나은 정치를 선보이겠다고 한목소리로 다짐했었습니다.
"한가위 보름달처럼 꽉 찬 연휴를 보내시는 동료 시민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는 다시 뛰는 대한민국의 문을 활짝 열어가겠습니다."
하지만 이 명절 인사의 유효기간은 채 며칠도 가지 못한 모습입니다.
연휴 마지막 날 여야는 서로 상반된 추석 민심 평가를 내놓으며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현재는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달해 심리적 정권교체가 시작된 초입 국면입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민주당 최고위원이 심리적 정권교체를 운운하며 또다시 정쟁에 시동을 겁니다."
팽팽한 신경전은 연휴가 끝나자마자 열린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어졌습니다.
'해병대원 특검법'과 '김 여사 특검법', '지역화폐법 개정안' 등 3개 쟁점 법안들이 야당 주도로 줄줄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겁니다.
"정말 너무들 하십니다. 22대 국회 네 달간 야당의 특검 법안은 벌써 13건입니다."
"민주당이 견제와 감시의 기능으로서 역할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뭐냐면 이 세 가지 법안으로 기준을 세우고…."
그런데 이들 법안에 모두 반대한 국민의힘 좌석은 텅 비어있습니다.
여당은 애초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를 하려 했지만, 그 계획을 접은 겁니다.
"강력한 항의의 뜻으로 보이콧을 택한 것입니다. 대통령께서 재의요구권 행사를 해 주실 것을 강력히 건의드립니다."
하지만 쌍특검법을 반대하는 과정이 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이번에도 재의요구권 행사를 공개 요청한 여당을 향해 야당은 또다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죄를 지었으니까 특검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에도 특검법을 거부한다면 대통령이 죄를 지었다는 자백이 될 것입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다음 라운드는 국회로 되돌아오는 법안 재표결이 될 전망입니다.
다음 본회의는 오는 26일로 잡혀 있는데요.
그 이전에 재의요구권이 행사된다면 26일 본회의가 유력한 재표결 날짜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재표결 시점이 더 밀릴 전망입니다.
국민의힘은 '단일대오' 유지에 공을 들이고 있고, 민주당은 여당의 이탈표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3개 쟁점 법안 모두 부결 이후 폐기 수순을 밟을 거란 관측이 더 높아 보입니다.
이처럼 거대 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하고, 여당이 필리버스터 또는 거부권 건의로 맞서는 모습은 연휴 전이나 후나 쳇바퀴처럼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 '정쟁의 쳇바퀴'는 시간이 갈수록 거칠게 굴러가고, 정치의 언어에도 날 선 감정이 듬뿍 배어난 모습입니다.
필리버스터 빈도는 잦아지고 그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반대 토론 최장 신기록만 세워지고 있는데요.
보름달처럼 둥글고 환한 정치,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봤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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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임혜정
AD 최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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