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유방암과 대장암 등 6가지 암 종양과 그 주변 세포가 어떤 구조를 이루는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인간 종양 3D 지도가 완성됐다. 연구진은 이 종양 3D 아틀라스가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귀중한 청사진을 제공하며 암 생물학 분야의 새 시대를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방암 종양 3D 지도
유방암 종양 3D 지도. 암세포는 빨간색, 면역세포는 녹색으로 표현돼 있다. 동영상 캡처. [Erik Storrs/Ding lab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진이 이끄는 '인간 종양 아틀라스 네트워크'(HTAN)는 31일 유방암, 대장암, 췌장암, 신장암, 자궁암, 담관암 등 6개 암 종양과 주변 세포의 3D 상세 지도와 그 분석 결과를 네이처(Nature) 및 네이처 캔서(Nature Cancer) 등 자매학술지에 12편의 논문으로 공개했다.
HTAN은 인간 암의 세포, 구조, 및 분자적 특징에 대한 3차원 지도를 구축하기 위해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암연구소(NCI)의 자금 지원으로 2018년 설립된 연구 컨소시엄이다.
연구를 이끈 워싱턴대 의대 리 딩 교수는 "이 종양 3D 지도는 지금까지 유추할 수밖에 없었던 종양의 구조와 그 복잡성, 종양 세포와 주변 세포의 상호작용 등을 직접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약 2천명으로부터 채취한 20개 이상의 다양한 종양 기원 부위를 분석, 종양 세포와 주변 지지 세포 및 면역세포 등이 어떤 3D 구조를 이루는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종양이 전이될 때 조직이 어떻게 변하는지 등을 보여주는 3D 지도를 완성했다.
분석 과정을 통해 종양이 발생하고 성장하면서 치료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이에 영향을 미치는 미세 환경의 역할 등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도 확인됐다.
종양의 중심부에서는 대사활동이 더 활발해 영양분을 많이 소모하는 반면 종양 가장자리에서는 면역계 활동이 더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양 주변에는 종양 성장을 돕는 여러 가지 유전적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들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런 주변 세포들이 다양한 암 유형에서 치료 내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주변 세포의 이런 돌연변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표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 일부 종양 주변에는 면역 세포 활동이 활발한 소위 '뜨거운 부위'가 있으며, 같은 종양이라도 면역 활동이 거의 없는 '차가운 부위'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뜨거운 부위는 일반적으로 면역요법에 잘 반응하지만, 차가운 부위는 면역요법이 효과가 없기 때문에 이런 차이의 원인을 밝혀내면 면역요법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워싱턴대 의대 리 딩 교수는 "이제 3D 공간에서 종양의 영역이 무엇이 다른지, 치료에 대한 반응이 어떻게 변하는지, 언제 종양이 다른 장기로 퍼지는지 볼 수 있게 됐다"며 "이 연구 결과는 암 연구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향후 암 치료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출처 : Nature and Nature Portfolio journals, Li Ding et al., 'Tumour evolution and microenvironment interactions in 2D and 3D space',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8087-4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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