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대통령경호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개인 사병으로 전락하자, 경호처를 이대로 둬도 되는지 의문이 나옵니다.
경호처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뭐고, 외국은 어떤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지, 이준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윤 대통령과 함께 12.3 내란을 공모한 혐의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윤석열 정부의 초대 경호처장이었던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두 달 전쯤 국정감사에 나와, 차지철 전 박정희 대통령 경호실장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에 오히려 고맙다고 답했습니다.
[박선원/더불어민주당 의원-김용현/당시 국방장관 (지난해 10월)]
"우리 장관께서 또 여인형 방첩사령관 하는 거 보면 전두환, 차지철 같아서 아주 좋습니다. 기세가 넘쳐요, 아주. ]
심지어 차지철처럼 되지 말라는 지적에는 차지철을 우상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박선원/더불어민주당 의원-김용현/당시 국방장관 (지난해 10월)]
"차지철이 되시지 마십시오. "
차지철은 박정희 정권 유신 말기, 부마항쟁에 나선 시민들을 탱크로 밀어버리면 된다고 말하는 등 무도한 권력을 휘두르다 김재규의 총에 맞아 죽은 인물.
이에 앞서 이승만 대통령의 경호책임자였던 곽영주 역시 4·19혁명 당시 경무대 앞 시위대에게 발포 명령을 내린 뒤 결국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전두환의 경호실장이었던 장세동,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이었던 이현우는 비자금 등 각종 비리로 구속됐습니다.
대통령을 경호하는 최측근이라는 자리를 이용해 권력을 누리다 나란히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겁니다.
그 배경에는 경호처가 대통령 직속의 독립 기관이라는 특별한 지위가 있었습니다.
이같은 형태는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1906년부터 미국 대통령 경호 업무를 전담하는 비밀경찰국.
인력만 8천 명에 달하고 FBI와 CIA, 미군 등 유관 기관을 지휘하고 통제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국토안보부 내부 조직으로, 대통령 직속기구였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나치 시대 경호기구들이 히틀러의 독재 정치 기반이 됐던 경험을 갖고 있는 독일은 2차 대전 이후부터 국가원수의 경호를 경찰에게 맡겼습니다.
왕실이 있는 영국과 일본은 물론, 프랑스와 캐나다도 국가원수의 경호업무는 모두 경찰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경호기관의 권력화를 막으려는 의도입니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돼버린 대통령 경호처의 소속과 지휘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MBC뉴스 이준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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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ljoonb@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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