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서식을 마치고 함성을 내뱉는 독일군 신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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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국방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장병은 고령화되고, 시설은 노후화한 데다 숫자까지 부족한 참담한 독일군의 현실이 의회에 제출된 연례 종합보고서에서 지적됐다.
특히 시행이 중단된 징병제를 10여 년 만에 부활해야만 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독일 dpa 통신에 따르면 에바 회글 독일 연방하원 국방감독관은 11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병역법에 바탕을 둔 등록 시스템을 되살려야 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는 기독민주당(CDU) 소속 앙겔라 메르켈 총리 집권기인 2011년 징병제 시행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면서 징병을 위한 등록 시스템을 없애버리고 징병 업무를 담당하던 52개 지역 병무사무소를 폐쇄했다.
그런 까닭에 전시 등 상황에 법에 따라 징집돼 군복무를 할 수 있는 인력에 관한 자료가 아예 없다는 게 회글 감독관의 지적이다.
다만 그는 징병제를 즉각 재시행해야 한다고는 주장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연방군 재무장을 선언한 독일 정부는 병역제도를 손보기로 하고 지난해 11월 병역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만 18세 남녀를 대상으로 군복무 의사와 능력을 설문한 뒤 자원입대를 받는 정도의 내용만 개정안에 포함됐으며, 일각에서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던 징병제 부활은 제외됐다.
그나마 이 개정안도 선거 실시와 연립정부 붕괴로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회글 감독관은 "작년에 했던 얘기를 반복한다. 연방군은 갈수록 규모가 줄어들고 고령화되고 있다"며, 작년 기준 병력이 18만1천174명으로 한 해 동안 340명이 감소했고 장병 평균 연령은 같은 기간에 32.4세에서 34세로 고령화가 심해졌다고 밝혔다.
에바 회글 독일 연방하원 국방감독관
(베를린 로이터=연합뉴스) 2025년 3월 1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에바 회글 독일 연방하원 국방감독관(Wehrbeauftragte)이 기자회견을 열어 독일 연방군의 상황에 관한 연례 종합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REUTERS/Annegret Hilse) 2025.3.11.
그러면서 이런 경향을 뒤집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연방군에 입대한 장병 4명 중 1명은 6개월 안에 군생활을 그만두는 것으로 집계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독일 연방군은 병력을 20만명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갈수록 병력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어 달성 시점을 2031년으로 6년 늦췄다.
독일은 2022년에 연방군 시설·장비 보강과 복무 여건 개선 등에 1천억 유로(약 160조 원)을 책정키로 했으며 이 중 80% 이상이 이미 지출됐으나 개선이 매우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글 감독관은 독일 연방군의 여건에 대해 "모든 것이 모자란다"고 설명했다.
FT에 따르면 독일 서부 코블렌츠에 있는 한 군사기지에서는 출입문들에 문제가 있어 손가락 절단 등 심각한 사고가 계속 발생해 왔다.
이 때문에 교체 필요성이 2017년부터 제기됐으나 작년까지도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고 올해 들어서야 교체 계획이 실현될 예정이다.
독일 해군이 자랑하는 특수잠수부대는 13년간 기다린 끝에 작년에야 다이빙 훈련장을 갖게 됐다.
신형 무선통신 시스템은 도입이 '상당히 지연'된 끝에 작년 '몇 개 대대'에 성공적으로 채택되긴 했으나, 다국적군의 일부로 리투아니아에 파병된 독일군 장병 700명의 경우 작년 말까지도 이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했던 것으로 지적됐다.
독일 연방하원 국방감독관(Wehrbeauftragte)은 연방하원이 군부에 대해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돕고 장병들의 기본권과 권익을 옹호하는 옴부즈만 역할을 맡는 특수한 직책으로, 하원 군사위원장이나 국방부 장관과는 별개다.
이 자리는 법적으로 연방하원의 보조기관이지만 현직 의원은 이 직책을 맡을 수 없고 신분상으로도 공무원은 아니다.
회글 감독관은 의원 출신이지만 2020년 5월 이 자리를 맡으면서 의원직을 사퇴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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