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그런데 이런 안타까운 재난을 두고도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연쇄 산불을 낸 중국인이 긴급 체포됐다, 김건희 여사가 호마의식으로 불을 냈다. 진영을 가리지 않고 근거 없는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는데, 이 내용은 신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몸을 구부리고 수풀 속을 들여다보는 여성은 불을 붙이려 하고 있었습니다.
[아줌마, 여보세요. 거기 서, 아줌마!]
경찰이 부르자 몸을 돌려 달아납니다.
[진정하세요. 경찰관이니까.]
2년 전 부산 경찰이 공개한 영상입니다.
갈대밭 연쇄 방화범을 붙잡는 장면을 촬영한 겁니다.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 극렬 지지자 단체 대화방에 이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반국가세력 산불 방화범 현장 검거"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영상을 올린 남성은 "울산 산불은 중국인 교환 학생의 방화로 밝혀졌다"고 주장했습니다.
2년 전 방화범 검거 영상이 뜬금없이 중국인 체포 영상으로 뒤바뀐 겁니다.
[유튜브 '성창경 TV' :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산불을 내서 불안한 정국에 만들고 있는 거 아닌가.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간첩은 너무나 많다…]
[유튜브 '정광용 TV' : 정치적 코너에 몰린 쪽이 집단으로 작전을 벌인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재난을 땔감 삼아 음모론을 만들어내는 행위, 진영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한 정치 유튜버는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린 김건희 여사가 일부러 불을 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유튜브 'B급정치' : 윤석열과 자신의 나쁜 흐름을 바꾸려고 무속적인 의식, 호마의식을 실행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는 것이죠.]
물론 근거는 없고 '아니면 그뿐'입니다.
대통령실이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며 법적 조치를 예고하자 금세 영상을 지웠습니다.
사과는 없습니다.
이번 동시다발 산불은 성묘객, 농장 작업자 등의 실수 때문인 걸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이미 퍼진 가짜뉴스를 주워 담긴 어렵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영상편집 김영석]
신진 기자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
댓글 블라인드 기능으로 악성댓글을 가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