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지식 다큐멘터리 [링크] (일요일 밤 10시 35분 KBS 1TV)
김나영의 21세기 소년 ep.3 “21세기 소년에게 보내는 편지” (2020.11.22 방송)
서점인 동시에 부모님의 흔적을 기리는 공간인 어느 책방이 있다. 이 서점의 주인은 어려운 형편, 부모의 기대 속에 자라왔던 20세기 소년. 그 시대 모두가 그랬듯 성실과 헌신으로 아들을 가르쳤던 그의 부모. 그 사랑과 기대가 모여 교수가 된 영특한 막내아들. 어머니는 말했다. “난 네가 대통령이 된 것보다 더 좋다.” 자식의 성취를 자신의 영예와 기쁨으로 여겼던 어머니의 삶을, 아들은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요즘 여자’로 살아봤으면 좋겠다고. 어머니가 남긴 의자에 앉아, 어머니가 쓰던 찻잔에 차를 따라 마시며 생각한다. 여성으로 느낀 삶의 결핍이 아들에게 투영되었던 것은 아닌지.
사회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된 20세기 소년, 노명우. 지금 그는 걱정한다. 지난 시대가 낳은 숙제의 부담으로 골몰하는 21세기 소년들을. 그 옛날 아이들이 그랬듯, 과거의 우리가 그래왔듯, 이 시대의 아이들도 부모 세대에서 심어둔 기대 속을 살아간다. 시대가 던지는 수많은 변화의 신호와 수많은 질문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빨리 변해가기 위해 애쓰지만, 이 시대의 아들들은 여전히 우리의 아버지들이 남긴 상자, ‘맨박스’ 속에 갇혀 살고 있다. 가정을 책임지는 건 남자의 몫이며, 슬프고 분노하고 사랑하고 기뻐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억누르도록 교육받았던 그 옛날의 아버지들. 그리고 세상의 흐름과 고정관념의 틀 속에서 끊임없이 헤매는 아들들. 나영은 결심한다. ‘내 아들들을 ‘맨박스’에 갇히지 않은 진정한 21세기 소년으로 키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