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튀르키예 '코니아'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메르신에서의 즐거운 추억을 잔뜩 안고 코니아를 거쳐 수도인 앙카라로 가기로 했다.
코니아로 가는 길. 튀르키예는 신기하게 어떤 길로 가도 멋진 풍경이 나온다. 바다면 바다, 산이면 산. 코니아는 내륙이라 산길을 지나야하는데 높은 산들이 이어지고 숲도 멋있게 우거져있다. 멋진 절벽 바위산이 길 옆에 병풍처럼 이어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넓은 초원과 언덕도 아름다웠다. 메르신에서는 여름이 다가오나 싶게 더웠는데 또 갑자기 설경이 펼쳐진다. 눈 쌓인 산길을 탄이는 반팔티를 입고 운전하고 있다. 산을 지나 잘 닦인 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려 어두워지기 전 코니아(Konya)에 도착할 수 있었다.
튀르키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활한 자연. 사진=김태원(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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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스테이크하우스를 발견했다. 외관이 마치 UFO같이 생긴 건물이었다. 들어가서 메뉴를 보니 와! 가격도 완전 착하다. 스테이크를 먹고싶어 했었는데 오늘 저녁 소원을 풀게 되었다.
탄이는 뼈에 붙은 양갈비를, 나는 송아지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각종 소스와 함께 너무 예쁘게 플레이팅해서 나왔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막 식사를 하려고 하자 직원이 모락모락 하얀 연기가 나는 드라이아이스가 든 무언가를 식탁에 놓아주었다. "이거 먹는 건 아니겠지? 하핫" "그냥 분위기 있으라고 놔주셨나봐."
기분도 좋고 음식 맛도 좋고 가격이 착해 한층 더 좋고. 둘이 3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훌륭한 스테이크를 배부르게 잘 먹었다.
오늘 밤은 식당 근처의 공원 주차장에서 차박. 왕의 식사, 나그네의 잠자리이다. 크게 시끄럽거나 방해받지 않고 잘 자고 다음날 아침 앙카라로 향한다.
북쪽으로 올라가니 해가 오른쪽에서 뜨겁게 비친다. 이럴때를 대비해 달아놓은 커튼이 매우 유용하다. 이케아에서 산 커튼봉과 커튼집게에 인터넷으로 주문한 천을 길이에 맞게 잘라 재봉했다.
까브리 옆창문이 네모 반듯하지가 않아 완전히 가릴 수 있도록 찍찍이도 달아놓았다.
탄이 앙카라 가는 길에 소금호수가 있다고 한다.
"정말? 남미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튀르키예에도 소금호수가 있다고?" 그곳에 들르기로 했다. 길 옆에 낮은 지대에 바다가 말라버린 듯한 모래사장과 히끗히끗한 소금이 말라붙은 곳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허연 것이 보이네. 소금호수 맞나봐." 10년전 아메리카여행 때 볼리비아의 우유니에 가서 보리라 꿈꾸었던 소금호수를 여기 튀르키예에서도 볼 수 있다니.
길 옆에 관광지인 듯한 곳으로 들어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튀르키예의 소금호수. 사진=김태원(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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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을 파는 건물안으로 들어가니 식당도 있고 실물크기의 홍학모형이 두개나 있다.
호수에 홍학도 사나보다. 호수까지 가는 길을 매우 잘 닦아놓아서 당연히 입장료가 있을 줄 알았는데 받지 않는다. 오우 완전 개꿀이다. 따뜻한 남쪽에서 오다보니 옷입는 감각이 완전 헷갈려서 홑겹 남방에 급히 작은 무릎담요 하나를 뒤집어 썼다. 귀가 시려울 정도로 춥다. 해도 강하고 호수가 눈이 부셔서 썬그라스도 꼈다. 희안한 패션이다.
호수쪽으로 한참 걸어들어가 드디어 물이 있는 곳을 만났다. 물가에는 하얗게 얼룩져있는 결정들이 보이는 것이 바로 소금인 것 같았다. "눈이나 얼음이 아니라 소금 결정인 것 같아."
사진에 진심인 탄이는 만류할 새도 없이 양말을 신은채 크록스 여름샌들로 철퍽철퍽 물에 걸어들어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하늘이 내려온 듯 투명한 호수에 하늘과 탄이 반영되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후가 두려운 나는 물이 거의 없는 곳까지만 조심히 들어가서 물에 비친 사진은 못찍었지만 꽤나 만족했다.
우리 말고도 관광 온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어디서 오셨냐고 서로 묻고 사진도 찍어주며 짧은 담소를 나누는 것도 좋았다. 중국에서 왔다는 한 친절한 청년과 잠시 나그네의 동병상련을 나누었다.
호수는 매우 넓었고 깊은 곳까지 멀리 드론을 날려보니 바람한 점 없어 거울같은 호수에 하늘이 그대로 비쳐서 물과 하늘의 구별이 안 되었다. 멋진 풍경을 마음껏 감상하고 차로 돌아왔다. 너무너무 추운게 흠이라면 흠이랄까. 또 오게 된다면 소금호수는 여름에 오는게 좋겠다.
참 튀르키예는 대단한 것이 세계 모든 관광지가 다 있는 것 같다. 알프스같은 눈쌓인 아름다운 산맥들에, 지중해 남부의 이국적인 풍경과 풍부한 음식에, 가파도키아의 기묘한 바위들과 파묵칼레의 석회석 온천, 그리고 소금호수까지. 정말 없는게 없는 종합 관광지가 바로 튀르키예 아닌가 싶다.
차로 돌아온 탄이는 젖은 양말을 벗고 귀한 생수로 발과 크록스신을 씻고 차에 탔다. 시로의 작은 쿠사리와 함께.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 https://youtu.be/dcBtNe4sJ-0?si=Z_QDRP4Dwz4Qgk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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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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