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지듯 넘어지며 겹겹이 깔리는 사람들.
6개월 전 발생한 수인분당선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가 최근 아침 출근길 경복궁역에서 재현됐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는 원인 조사 중인 수내역과 경복궁역을 포함해 총 8건이죠.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 역주행은 왜 반복되는 걸까요?
경복궁역에서 역주행 사고가 일어난 에스컬레이터는 앞선 안전 점검에서 문제가 없었는데요.
정기 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아 정상 운행 중이었죠.
행안부 조사 결과 이번 사고는 구동기 내 감속기 기어가 마모돼 발생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났는데요.
황수철 한국승강기대학교 석좌교수는 "자체 점검이나 정기 점검 때 구동체인 스프로킷이나 스텝체인 스프로킷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점검이 가능한데 피로가 누적되면 조직 안이 서서히 망가진다"며 "어느 순간 제일 약한 부분에 문제가 생기고 역주행이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6월 발생한 수내역 에스컬레이터도 안전 검사에서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는데요.
특히 역주행을 막는 장치도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죠.
이후 합동 조사 결과 내부 모터와 감속기를 연결하는 '연결구'가 마모돼 끊어지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복궁역에서 만난 김춘빈(67)씨는 "날마다 출근하기 때문에 사고가 나서 황당하고 불안했다"며 "(경복궁역 에스컬레이터가) 예전에 고장으로 멈춰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김유진(22)씨는 "(경복궁역) 근처 학교에 다니는데 이번 사고로 학교 친구들도 불편했다고 하고, 출근길이라 사람도 많았을 텐데 걱정됐다"고 전했죠.
승강기 안전관리법상 최소 15년이 지나야 노후됐다고 보고 정밀검사 대상이 되는데요.
수내역과 경복궁역에서 역주행한 에스컬레이터는 각각 2009년, 2010년 설치돼 노후화 연한은 넘기지 않은 상황이었죠.
에스컬레이터 구동체계는 모터, 감속기, 브레이크, 구동체인 등으로 구성되는데요.
구동체계가 파손 또는 마모돼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역주행하게 됩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어 충격이 누적되면 역주행 가능성이 커지기도 하죠.
황수철 교수는 "몸무게 70kg인 사람이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뛰는 순간 발판에 닿는 충격량은 70kg의 10배 이상이 된다"며 "그 충격량은 구동 체계까지 전달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20∼30년 사용할 정도로 에스컬레이터 강도를 여유 있게 제작하더라도 강한 충격량이 10여년 동안 지속되면 역주행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생긴다"며 "에스컬레이터에선 걷거나 뛰면 안 된다"고 강조했죠.
서울교통공사는 관련 사고를 막기 위해 1∼8호선 모든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 역주행 방지 장치를 설치할 계획인데요.
현재 운영 중인 1천833대 중 역주행 방지장치가 이미 설치된 1천97대를 제외한 736대가 대상이죠.
황수철 교수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는 자체 점검과 정기 검사 주기를 훨씬 더 짧게 할 필요가 있다"며 "더 중요한 것은 파손 위험이 있는 부품들은 의무적으로 교체하게끔 사용 연도, 사용 횟수를 정해서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역주행 방지 장치도 중요하지만 에스컬레이터에서 뛰거나 걷지 않기, 손잡이 잡기 등 저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겠습니다.
< 기획·구성: 박성은 | 촬영: 이동욱 | 편집: 오유빈 >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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