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공항 벤치에 누워있는 나이지리아 축구 국가대표 선수
[트루스트에콩 X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나이지리아 축구대표팀이 리비아 원정길에서 '비인도적인 심리전'에 피해를 봤다며 경기를 거부하고 자국으로 돌아갔다.
15일 AP와 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리비아 벵가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리비아와 나이지리아의 2025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예선 4차전이 취소될 전망이다.
나이지리아 대표팀이 경기를 보이콧하겠다며 돌연 귀국했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축구협회와 선수들은 리비아 측의 부당한 대우 탓에 경기를 치를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선수단을 태운 비행기는 벵가지 공항 착륙 직전 그곳에서 약 220㎞ 떨어진 알아브라크 공항으로 목적지를 바꿔야 했다.
나이지리아 주장 윌리엄 트로스트에콩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리비아 정부가 아무런 이유 없이 벵가지 착륙 승인을 취소했다"면서 "(알아브라크 공항에선) 공항 문을 잠그고 전화 연결, 음식, 음료도 없이 우리를 방치했다"고 전했다.
공항에 갇힌 나이지리아 선수들
[트루스트에콩 X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면서 "모두 심리전을 위한 것이었다. 이 경기에 출전하지 않기로 주장으로서 동료들과 함께 결정했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축구협회는 선수단이 벵가지로 이동하기 위해 마련한 버스에 탑승하지 못한 채 공항에서 19시간이나 보냈다고 전했다. 사실상 갇혀있었다는 얘기다.
선수들은 스마트폰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분노를 달랬다고 한다.
리비아축구협회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항공 교통 통제 규정과 보안 검사, 물류 문제로 국제 항공 여행은 늘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축구협회는 리비아 측이 '보복성'으로 심리전을 벌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앞서 지난 11일 치러진 3차전도 나이지리아와 리비아의 매치업이었는데, 이 경기는 나이지리아 홈에서 열렸다.
공항 벤치에서 자는 나이지리아 선수들
[트루스트에콩 X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나이지리아의 1-0 승리로 끝난 이 경기 뒤 리비아 주장 파이살 알바드리는 경기가 열리는 도시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3시간이나 지연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아데몰라 올라지레 나이지리아축구협회 대변인은 "리바아 대표팀의 '거짓 주장'을 근거로 나이지리아 선수단을 공항에 10시간 이상 묶어둬야 한다는 리비아 측 '고위 당국자'의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를 전날 밤 들었다"고 말했다.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건이 벌어지자 나이지리아 정부도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존 오완 에노 나이지리아 체육부 장관은 "이 문제를 반드시 기록에 남기고, 철저하게 해결해야 한다"며 아프리카축구연맹(CAF)에 공식 항의서를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CAF는 이 사건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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