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편관세 부과 등 한층 강화된 보호무역조치에 대해 민관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이 자국 제조업 재건에 힘을 쏟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1일 역대 통상교섭본부장을 초청해 트럼프 신정부 통상정책 전망과 한국 경제계의 전략적 대응책 모색을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 트럼프 1기 대응 등 우리 정부 통상 정책을 총 지휘했던 국내 통상 전문가들이 토론에 참여했다.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2021~2022년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워싱턴D.C 화상연결을 통해 트럼프 당선에 따른 현지 반응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여 연구위원은 "트럼프가 훨씬 강해져서 돌아왔다"며, "트럼프 재선은 단순한 승리를 넘어 정치·사회지형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1971년 당시 닉슨 대통령이 금본위제를 탈퇴하며 타국에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한 사례가 있다"며, "10%내 보편관세가 추가될 것이고, 이미 수십명의 변호사가 FTA 및 WTO 협정에 위반되지 않는 구체적 방향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대응에 대해서는 "한미 정상간 첫 통화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조선업 협력을 언급한 게 힌트"라며, "미중 패권 다툼에서 미국이 추진 중인 제조업 재건과 관련해 조선·원전·방산 등 분야에서의 '윈윈(win-win) 협력 패키지' 구축을 고민할 때"라고 제언했다.
김종훈 전 국회의원(2007~2011년 통상교섭본부장)은 패널토론에서 한미FTA 협상 과정을 언급하며 "약 25개국과 FTA를 체결한 미국이 보편관세를 통해 이를 폐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개정 협상이 이뤄진다면 양측의 이익을 고려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미흑자가 높은 우리나라가 타겟이 될 우려가 있다"며, "(우리의 상품을)'덜 팔게'라고 하기보단, 에너지·민간 항공기·로켓 기술 등 미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상품을 더 사는 방식으로 협력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2011~2013년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처럼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대(對)중국 관세를 60%로 올린다면 금세 인플레이션이 오고 말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 연구원장은 "이같은 조치를 4년 내내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트럼프 1기 후반에 했던 것처럼 중국과 상업적 빅딜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2019~2021년 통상교섭본부장)는 "미국은 동맹이든 FTA협상을 맺은 국가든 신경쓰지 않고 철저히 경제적 수치로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추진했던 조치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며, "철강 232조에 따라 한국산 철강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할 당시 행정부 내부에서도 이견이 분분했으나, 이제는 더 속도감이 있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세계무역기구(WTO)는 출범 30년 중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며 "이미 8년 전 트럼프의 등장으로 WTO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지난 4년 간 바이든 체제에서도 복원이 없었으므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WTO 체제를 벗어난 통상정책을 구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혁수 기자(hyu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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