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가 가림막을 흔들었다 내리자 파트너 옷이 순식간에 바뀝니다. 1분 동안 옷 갈아입기 기네스 기록에 도전한 말레이시아 마술 팀입니다.
준비한 열아홉 벌을 모두 바꿔 입고도 6초가 남습니다. 화려하게 마무리해 변복(變服) 기록을 갈아치웁니다.
변복보다 빼어난 고난도 기예가 얼굴 바꾸기, 변검입니다. 손도 대지 않고 가면을 바꿔 씁니다. 물감을 문지르거나 입으로 불기, 얇은 비단 가면을 한 장씩 벗기기가 있습니다.
최고 경지는, 혈액을 조절해 낯빛을 바꾸는 '운기(運氣) 변검'입니다. 안면 몰수가 눈속임이 아니라 체질이 된 겁니다.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운 게 여반장(如反掌), 손바닥 뒤집기 라지만 그럴 필요조차 없습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탄핵소추단이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거둬들인다는 것도 빼어난 변검입니다.
민주당은 비상계엄 직후부터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로 적시했습니다. 총리 비롯한 국무위원들도 '내란 공범'이라고 불렀습니다. 소추 의결서에 '무장 폭동 내란죄'라고 명시했습니다.
대다수 언론 역시 가장 큰 혐의로 보도해 왔지요. 그런데 이제 와 갑자기 뺀다니 어리둥절합니다.
민주당은 '내란죄는 형사 법정에서 입증하고 탄핵 재판은 위헌만 다투겠다'고 했습니다. 탄핵 심리 기간을 크게 줄이겠다는 겁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시간표보다 탄핵을 앞당겨 대선으로 직행하겠다는 뜻으로 비칠 수밖에 없습니다.
탄핵 심리, 한없이 늘어져도 안 되겠지만, 방탄 수단이 되는 것도 민심은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국민의힘이 '사기'라며 소추안 각하와 재의결을 주장하는 것 역시 순수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 대표의 시간표보다 탄핵을 늦추겠다는 의도가 들여다 보입니다.
헌재는 두 갈래 정치 압력 어느 쪽에도 흔들려선 안 됩니다. 법조계 다수 견해도, 내란죄 철회 여부를 헌재가 판단해 정리하는 쪽이라고 합니다.
'군자는 표범 털갈이처럼 확 바뀌지만, 소인은 안색만 바뀐다'고 합니다. 누구보다 이 대표가 탄핵 재판을 재촉하려면 먼저 바꿔야 할 얼굴이 있습니다. 자신의 재판을 더는 끌지 않는 표변입니다.
1월 6일 앵커칼럼 오늘 '참된 얼굴 바꾸기'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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