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말고 구속” 윤석열 역제안의 이유

2025.01.09 방영 조회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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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영장 재집행을 앞둔 8일 윤석열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왼쪽 3번째)이 경호원 등과 함께 한남동 관저 ‘3차 저지선’이 구축된 곳까지 내려와 경비 상태를 점검하는 듯한 모습이 오마이뉴스TV에 포착됐다. 오마이TV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1.9) 아침신문 1면에는 △윤석열 체포 임박(4곳) △내란·김건희 특검법 부결(4곳) △트럼프, 그린란드 협박(3곳) △삼성전자, 하이닉스에 영업이익 추월?(2곳) △오늘 최강 한파(2곳) 등이 주요하게 보도됐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9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윤석열, “체포 말고 구속” 꺼낸 이유 ② Now and Then : Civil war(Guns N' Roses, 1990) ① 차이의 발견 # 윤석열의 역제안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가 임박한 가운데, 윤 대통령 쪽이 어제(8일) 오후에 체포영장 아닌 ‘구속영장에는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궤변이자, 시간끌기용, 그리고 지지층 선동용입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1. 윤석열의 역제안 - 윤 대통령 쪽 변호사들은 어제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윤 대통령 쪽의 역제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우선 기소를 하거나 아니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라” 2) “서울서부지법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영장 청구하라” 3) “영장심사 출석은 경호문제 선결되면 말하겠다” - 깊게 따져보지 않아도 ‘시간끌기 버티기용’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응하겠다’는 건, 일단 임박한 체포 시기를 늦추자는 것입니다. 또 서울서부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 청구를 언급한 건, 현재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으로부터 받은 체포영장의 정당성을 흩뜨리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2. 윤석열의 역제안 이유 1) 시간끌기용 - 윤 대통령 쪽이 요구하는 사전구속영장은 당장 피의자를 구속하기 어려운 경우 신병 확보 수단으로,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하면 피의자가 법정에 출석해 영장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 공수처가 이 제안을 따를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만일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현재 한남동의 체포 준비는 일단 뒤로 물리고, 다시 영장을 청구해야 합니다. - 그러나 윤 대통령 쪽은 법원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하면 “응하겠다”고 하면서도, 영장심사 출석 여부에는 “경호 문제가 선결되면 그때 가서 말하겠다”고 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응한다는 말이 됩니까. 그럴 상황이 일어나지도 않겠지만, 그때 가면 또 ‘경호 문제 때문에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못한다’고 할 것이고, 그러면 상황은 지금과 똑같게 됩니다. - “헌재 심판 우선이라며 수사에 응하지 않았던 것과 유사한 수사불응 지연 전략이다. 윤 대통령의 내심의 의사는 불구속 기소로 보인다. 영장심사나 구금 등의 상황이 오면 또다시 회피하며 시간을 벌 것”(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 한겨레) 2) 체포영장 정당성 훼손 - 서울서부지법이 발부한 체포영장에 대해 윤 대통령 쪽이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됐습니다. 체포영장에 대한 이의신청은 없습니다. - 윤 대통령 쪽이 공수처의 관할은 서울중앙지법이므로, 사전 구속영장도 서울중앙지법이 발부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 피의자가 어디에서 발부된 영장인지를 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이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 그러나 어쨌든 이를 문제삼아 현재 체포영장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려는 것입니다. - “윤 대통령 측 얘기는 사실상 수사를 그만두라는 얘기다. 수사 과정에 아무런 협조를 안 하면 다음 수순은 체포영장이라는 걸 알면서도 응하지 않아놓고 지금 와서 수사 방법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향신문) 3) 지지층 결집용 - 현재 윤 대통령 쪽은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버티면, 지지층이 점점 더 모여 자신이 버틸 힘을 더 얻게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합니다. - 이렇게 역제안을 하고 나서면, 지지층이 이에 호응하면서, ‘그런 제안도 받지 않느냐’며 체포영장 집행 반대 분위기를 더 높일 수 있습니다. - 어제 낮 12시53분께부터 약 7분 가량, 윤 대통령과 흡사한 인물이 관저 진입로까지 나와 경호 상태를 둘러보는 모습이 ‘오마이 TV’에 포착됐습니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모든 신문이 오늘 아침자 1면에 이 사진을 썼습니다. 관저 건물에서 200m쯤 떨어진 곳입니다. 지난 3일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다가 물러섰던, 마지막 3차 저지선입니다. 대통령실은 이 인물이 윤 대통령인지 여부를 확인하지는 않고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으로 오마이TV를 고발했습니다. - 비록 고발을 하긴 했지만, 아마도 윤 대통령 쪽은 자신의 모습이 공개된 것을 은근히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남동 관저앞 시위대 등 극렬 지지층에게는 ‘윤석열은 건재하다’는 이미지를 줘, 오히려 ‘투쟁 의지’를 높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노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4) 여론교란용 - 윤 대통령 쪽은 공수처가 이런 제안을 받을 것을 기대하진 않을 겁니다. - 윤 대통령 쪽의 역제안은 공수처가 아닌, 지지층을 향한 것입니다. - 윤 대통령이 노리는 건 여론의 분열입니다. - ‘대통령이 사전 영장에는 응하겠다고 하지 않느냐’, ‘왜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해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느냐’, ‘그래도 대통령인데, 구속수사까지 해서 되겠느냐, 불구속수사 하면 되지 않느냐’, ‘탄핵심판을 먼저 진행하고, 수사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 박근혜 때도 그렇게 했다’ 등의 주장과 논란을 키우는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 극우 유튜버 등 극렬 지지층은 ‘계엄 자체’까지 지지하는 쪽이 많으니, 거기는 논외로 하더라도, 국민의힘 친윤계, 그리고 보수언론 등이 나팔수가 되어 이런 논란을 부추겨 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 그렇게 해서 우리 사회가 이 문제로 왈가왈부하며, “내가 계엄을 잘 했다는 건 아닌데...”라고 서두를 꺼내면서 ‘내란’이라는 본질은 제쳐두고, ‘영장 발부처가 어떻고, 절차가 어떻고, 형식이 어떻고’ 등의 논란을 사회 곳곳에서 빚게 만들고, 또 나아가 ‘민주당이 너무 압박하네’ 등으로 논란이 확산되면 윤 대통령 쪽의 제안 의도는 성사되는 것입니다. 3. 윤석열은 어떻게 지내나? - “술은 몇 주째 입에도 안 대고 있다. 또렷하게 현재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생각보다 의연히 버티고 있다. ‘나 때문에 고생이 많다’는 말을 전하기도 하더라”. 중앙일보가 윤 대통령 쪽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 전한 내용입니다. - 반면 김건희 여사는 건강이 크게 악화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 최근 아사히 신문의 ‘하루 폭탄주 20잔’ 보도는, ‘12·3 내란 이전’ 평소 모습을 전한 것으로, 최근 상황을 전한 것은 아닙니다. - 그러나 ‘지금은 술 마시지 않는다’는 말은 윤 대통령을 접촉한 친윤계 인사의 전언이므로, 사실 여부는 가려서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 경찰 준비 태세는? - 지난 3일 1차 체포 시도 당시, 투입된 경찰 병력은 150여명이었습니다. 당시 ‘인간 방패’로 나선 경호처 인력이 200여명 정도였습니다. - 이번에는 경찰 인력과 장비가 훨씬 더 많이 투입될 전망입니다. 특히 형사기동대 등 각 지역 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이 투입돼 영장집행을 막는 경호처 직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하면서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 대테러작전을 벌이는 경찰특공대 투입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만 그 경우, 경호처가 더 강하게 저항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 경찰 병력은 교대가 가능하므로, 장기전으로 가는 게 더 유리하지 않으냐는 이야기도 경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 또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되면, 관저 인근에 모여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소요를 일으킬 가능성도 적지 않고, 또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이 몰려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어 이에 대한 대비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체포영장 2차 집행 예상도. 한겨레신문 3면 그래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5.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간곡한’ 지시는?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어제 첫 업무보고를 주재하면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하여 간곡히 말씀드린다. 어떠한 경우에도 시민들 부상이나 정부기관 간 물리적 충돌 등 불상사가 절대 없도록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란다” - 앞서 지난 5일에는 기재부 대변인실을 통해 “법 집행 과정에서 시민들과 공무원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주실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는데, 똑같은 말입니다. - 이는 ‘정부기관 간 충돌’이라고 해, 공수처와 경호처를 등치시키는 말입니다. 지금 상황은 정부의 공권력 집행에 경호처가 피의자의 지시에 따라 불법적인 행동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그냥 ‘물리적 충돌’ 운운하니, 이렇게 무책임하고 비겁할 수가 있습니까. 그렇게 ‘불상사’가 우려되면, 경호처장 등을 파면해 경호처 지휘부를 무력화 하면 됩니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서 그런 지시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사람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한 사람뿐입니다. - ‘헌법재판관 2명 임명’으로 할만큼 했으니, 더 이상 내겐 뭘 더 요구하지 말고, 알아서 하라는 말인지. 이 가장 큰 ‘경제 불확실성’을 그대로 내버려둔 채 백날 경제 걱정을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 어제 대통령실은 최상목 권한대행에게 한남동 관저 경호 인력 보강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아마 최 권한대행이 그 요청을 들어주진 못했을 겁니다. 대통령실도 최 권한대행이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대신, 그런 요청을 하면, 최소한 최 권한대행이 경호처장 파면 등 경호처를 압박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일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6. 언론 보도 1) 사설 제목 한겨레 = 체포영장 거부하면서 구속영장 응한다는 윤의 궤변 동아 = 인간방패, 차벽, 철조망… 요새화한 관저를 보는 착잡함 중앙 = '영장 쇼핑' 비난하던 윤 대통령, 자신들이 '법원 쇼핑'하나 조선 = 尹측 "불구속 기소나 구속 영장 청구하라" 공수처도 검토를 - 보수언론을 포함해 모든 언론들이 윤 대통령의 어제 제안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 제안을 ‘공수처도 검토해 보라’는 식으로 사설을 통해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조선일보 사설에서도 “이 상황까지 온 데는 약속과 달리 소환에 불응한 윤 대통령 탓이 크다”고 언급하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공수처를 향해 ‘보강수사를 통한 구속영장 청구’ 또는 ‘불구속 기소’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의도와 상관없이, 윤 대통령 쪽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극우 유튜버 외에 기존 언론, 특히 조선일보에서 이런 주장을 펴주면, 윤 대통령 제안에 흔들릴 수용자층을 넓히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그러면 그렇게 또 왈가왈부하며 우리 사회를 나누고, 그러면서 또 시간을 끌고, 그러면서 또 지지층 결집을 기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 기사 제목 - 차이는 관련 기사 제목에서도 두드러집니다. 한겨레 = 윤석열, 체포 피하며 시간끌기...불구속 재판 노림수(3면) 경향 = ‘체포는 피하고 보자’...조사 없이 기소하라는 윤석열(1면) 한국 = 尹측 “체포돼도 묵비권 행사...사전구속영장 땐 응할 계획”(3면) 동아 = '한남동 벙커' 속 尹, 2차영장도 거부(1면) 중앙 = 윤측, 관할권 또 언급...“중앙지법에 영장청구 땐 재판 응할 것”(4면) 조선 = 尹측 “구속영장 청구하거나 기소하면 출석”(1면) ② Now and Then 내란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좌절되면서, 애꿎은 경호처 직원들이 자신을 지키라는 대통령과 정당한 영장 집행을 하려는 경찰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경호처는 주변을 철조망으로 둘러치고 차벽을 세우는 등 한남동 관저를 요새화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내전(civil war) 상황’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내전’이라기보다는 범죄자를 옹호하는 바람에 공적 기관이 범죄집단화 하는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오늘 노래는 Guns N' Roses의 ‘Civil war’(1990)입니다. 내전을 포함해 권력자들이 일으키는 모든 종류의 전쟁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I don’t need your civil war. I don’t need one more war” https://www.youtube.com/watch?v=AOV__LD5UWA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한겨레TV 2025010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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