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장시간 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부분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날 전화 통화는 전면 휴전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사실을 새삼 암시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데 있어 푸틴 대통령이 더 쉬운 상대라고 주장했으나, 에너지 인프라에 국한된 휴전을 이끌어 내는 데 그친 양국 정상의 이번 통화로 러시아가 휴전에 있어 더 큰 장애물이라는 점이 확연해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통화를 통해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와 인프라 시설에 대한 상호 공격을 30일간 중단하는 '부분 휴전안' 추진에 원칙적으로 뜻을 같이했다.
하지만, 앞서 미국이 제안했던 '30일간 전면 휴전안'을 놓고는 푸틴 대통령이 사실상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음에 따라 사실상 '무늬만 휴전'에 그쳤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러시아는 양국 정상의 전화 통화 후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의 병력 동원과 재무장 중단 등을 비롯해 장황한 자체 협상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WSJ은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이 양보를 하도록 실질적인 압력을 가할 것인지 아니면 우크라이나 팔을 더 세게 비틀어 지금보다 더 많은 타협을 이끌어낼지에 대한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이 평화로 나아가리라는 것을 그저 신뢰하거나, 타협을 하도록 크렘린궁을 압박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한 셈이라면서 후자를 택할 경우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구축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더 큰 목표가 자칫 궤도 이탈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전자이든 후자이든 휴전 타결에 대한 미국의 열망이 우크라이나를 복속하려는 푸틴의 목표를 극복할 수 있을지를 시험하는 셈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2기 임기 초반의 운명을 푸틴에게 걸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짚었다.
트럼프 1기 시절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유럽·러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피오나 힐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위원은 "트럼프는 살육을 멈추기를 정말로 원한다"면서 "하지만 그가 깨닫지 못하는 것은 푸틴에게는 외부에서 엄청나 보일지언정, 그것(살육)이 그가 기꺼이 치르는 대가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힐 위원은 푸틴 대통령의 목표는 "우크라이나를 지배하고 유럽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작정하고 면박을 주고, 우크라이나를 향한 군사·정보 지원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등 만 3년을 훌쩍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에 마침표를 찍도록 하기 위해 그동안 주로 우크라이나에 압박을 가하는 쪽을 택해왔다.
전쟁의 당사국이면서도 미·러와의 3자 협상에 있어 가장 약한 주체인 우크라이나는 협상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지만, 러시아를 미국의 뜻에 따르도록 하는 것은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WSJ은 관측했다.
러시아는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유럽의 유례 없는 제재에도 불구하고 전시 경제를 성공적으로 재정비하고, 중국과 인도 등지로 무역을 다변화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유리하게 돌아가는 전황 속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느끼며 협상 의지를 거의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윌리엄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거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중재 노력을 칭찬하면서도 그가 제안하는 세부 사항에는 반대를 표명함으로써 평화 협정을 향한 실질적인 움직임을 막고 있다고 짚었다.
테일러 전 대사는 양국 정상의 이번 통화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자신의 의제를 잘 드러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화가 나지 않도록 하기에 충분한 자잘한 사안들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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