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수가 읽혔다. 서로 패를 알았지만 예상대로 움직였다. 대결 내내 공격과 수비도 바뀌지 않았다. 싸움의 방식만 달랐다. 공격하는 쪽은 시종일관 퇴로를 끊는 외통수로 압박했다. 방어하는 쪽은 힘 한번 제대로 쓰지 않았다. 대신 경기장 VAR(비디오 보조심판)을 요청하듯 주요장면 기록만 꾸준히 남겼다. 왜일까.
답은 이번 공수(攻守) 대결의 끝에 암시돼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조율한 절충안을 "장관에게 보고된 바 없다"며 단칼에 거부했다. 각자 '수사의 독립과 공정성'을 놓고 벌인 시합이었지만, 애초 경기 스코어가 목적이 아니었음을 인정한 대목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미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 장관의 지휘는 달성된 상태라며 "쟁송절차에 의한 취소"를 처음 언급했다. 전반전을 마친 두 사람 모두 이번 대결의 본질을 드러내기 시작한 셈이다.
■ 尹 "쟁송절차로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
"[대검찰청 대변인실에서 알려드립니다] 채널A 사건 관련입니다.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 발생. 결과적으로 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됨. 이러한 사실 중앙지검에 통보필(必)."
9일 오전 대검이 내놓은 입장문이다. 지난 2일 추 장관이 PDF파일로 공개한 '채널A 관련 강요미수 사건지휘'가 나온 뒤 윤 총장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음으로 이미 지시 목적대로 달성됐다는 내용이었다.
전날 추 장관의 시한부 최후통첩에 대한 답변으로 독립수사본부 구성까지 건의했지만 그마저도 부정당했으니 중앙지검 자체 수사로 가게 됐다는 설명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은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 발생"이다. 법조계에선 윤 총장 입에서 권한쟁의심판이 처음 언급됐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한 법조계 인사는 "부당한 명령은 따를 수 없다는 게 윤 총장의 변하지 않는 입장이다. 나갈려면 벌써 나갔을 것이다. 이제 윤 총장에게 남은 건 법에 의해 명명백백히 가려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