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하늘
(나주=연합뉴스) 9일 오전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들이 영산강이 범람하면서 밀려온 흙탕물에 잠겨 있다. 이틀간 내린 폭우로 영산강 지천인 문평청 제방 일부가 유실되면서 영산강 물이 유입돼 수백 ha가 물에 잠겼다. 2020.8.9 [나주시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minu21@yna.co.kr
(나주=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저 황토물 속에 자식 같은 벼가 이틀 넘게 잠겨 있는데…올해 농사는 다 틀린 것 같습니다"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들에서 11만여㎡의 벼농사를 짓고 있는 임형옥(62) 씨.
20년 전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에 내려와 나름 대농의 꿈을 이어오고 있었지만 3일간 내린 폭우는 무심하게도 이 모든 것을 삼켰다.
영산강 수위가 관측 이래 최고의 수위를 기록한 지난 8일 오전 영산강과 맞붙어 있는 문평천 둑까지 무너지면서 1천ha가 넘는 죽산들은 한순간에 대형 호수로 변했다.
이곳이 며칠 전까지 벼가 무럭무럭 자랐던 푸른 들판이었는지 상상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9일 오후 들어 물이 조금씩 빠져나가면서 폭우 때 윗부분만 보였던 전봇대를 중간 정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임씨는 "조생종은 이삭이 팼고, 만생종도 이삭을 머금고 있는데 저 물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하루만 물에 잠겼어도 어떻게 살려보겠는데 이렇게 길어지면 벼가 호흡을 못 해 아예 썩어버린다"며 "대책 자체가 없다"고 막막해했다.
죽산들 주변에는 대형 배수 펌프장이 4곳이나 있지만, 하늘이 구멍 난 듯 쏟아진 폭우와 상류에서 밀려온 강물에 곧바로 침수돼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물에 잠긴 삶터
(나주=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9일 오전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들이 영산강이 범람하면서 밀려온 흙탕물에 잠겨 있다. 이틀간 내린 폭우로 영산강 지천인 문평청 제방 일부가 유실되면서 영산강 물이 유입되 수백 ha가 물에 잠겼다. 2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