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렇게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고 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법 규정 때문인데요.
이 소식은 김지성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7살 정모 군의 선생님은 TV였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있을 시간, 정군은 TV를 틀고 동요에 맞춰 춤을 추곤 했습니다.
출생신고를 못 해 어린이집을 다닐 수 없었습니다.
정군은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정모 씨/미혼부 : 5천원이면 끝날 주사를 (출생신고를 못 해서) 7만원 주고 맞히고 그런 상황인 거죠. (주변에서) '얘는 왜 출생신고 안 합니까? 왜 안 해요?' 몇 년을 물어보는데…]
정군의 엄마는 전 남편과 법적으로 이혼하지 못한 채 정군을 낳았습니다.
출생신고를 하면 전 남편 호적에 올라가게 됩니다.
엄마는 5년 전 집을 나갔습니다.
이듬해, 정씨는 법원을 찾아가 자신의 호적에 아들을 넣어달라고 했습니다.
99.99% 유전자 검사 결과도 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엄마를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정모 씨/미혼부 : '나는 왜 엄마가 없냐' 물어보는데 그냥…하.]
정군 같은 '그림자 아동'은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습니다.
한 미혼부지원협회에만 지난해, 열다섯 가족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김지환/미혼부지원협회 대표 : 아무도 파악 못 하고 있죠. 파악할 수 있는 장치나 시스템이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현재 출생신고 소송이 진행 중인 아이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어요.]
미혼부의 출생신고 문턱을 낮추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논의는 멈춰있습니다.
정씨는 아들이 내년에 초등학교에 갈 수 있도록 다시 재판을 준비 중입니다.
[정모 씨/미혼부 : 내 목숨이 100만개라면 100만개 다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자식밖에 없어요.]
김지성 기자 , 김상현,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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