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몇 달째 치솟고 있는 물가는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부터 덮치고 있습니다. 8년 만에 500원이 오르는 노량진 학원가의 컵밥 값이 상징적입니다. 영세상인들은 재룟값 오른 걸 생각하면 500원 올려도 남는 게 없고, 학생들은 500원을 더 내는 게 큰 부담입니다.
서효정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노량진의 컵밥 거리입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태블릿PC를 켜놓고 강의를 보는 학생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장윤혁/경찰공무원 준비생 : (기다리는 도중에도 인강 들으시는 거세요?) 네네.]
경찰 공무원 준비생인 장윤혁 씨, 값싸고 빨리 나오는 컵밥을 자주 먹습니다.
[장윤혁/경찰공무원 준비생 : (뭘 제일 좋아하세요?) 그냥 빨리 먹을 수 있는 것. 숟가락 하나로 먹을 수 있는 것 선호하고 있어요.]
그런데 8년간 3000원이었던 컵밥 가격이 다음 달부터 3500원으로, 500원 오릅니다.
상인들은 가격을 안 올리면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하현주/노량진 컵밥거리 상인 : 지금은 한 20%도 안 남는다고 봐야 돼요. 재료값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호주머니 가져가는 게 없어요.]
보시다시피 컵밥 메뉴가 정말 다양한데요, 그중에 제일 인기 있는 이 날치알밥을 만드는 날치알 값이 크게 올랐다고 합니다.
이를 포함해서 컵밥 재료들이 1년 새 얼마나 올랐는지 한번 점검해 보겠습니다.
날치알 가격은 63%, 쌀은 12% 올랐습니다.
27% 오른 삼겹살뿐만 아니라 계란과 마가린값도 많이 올랐습니다.
여기에 연료로 쓰는 LPG 가스도 69% 뛰었습니다.
학원비와 고시원 월세만 해도 팍팍한 수험생들에겐 500원도 큰 부담입니다.
[전재수/노량진 컵밥거리 상인 : (노량진에선) 커피 한 잔을 900원에 사먹을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500원이 엄청난 금액인데…]
[송광헌/수험생 : 솔직한 심정에선 수험생 입장에선 그대로 좀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인 거죠.]
상인들도 손해를 볼 수 없어 가격을 올리지만, 한편으론 손님이 줄까 걱정합니다.
[하현주/노량진 컵밥거리 상인 : 학생들은 3000원짜리 이상 안 먹어요. 우리가 물어봐, 계란값 비쌀 때. '500원 받을까, 계란 뺄까' 그러면 '계란 빼주세요' 그래요.]
가격을 올리기 전에도 코로나19로 인터넷 강의를 듣는 수험생이 많아지면서 컵밥 거리엔 장사를 접은 점포가 많아졌습니다.
기자가 현장을 찾아간 날에도 점포 13개 중 5개만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영상디자인 : 신하림)
서효정 기자 , 손준수, 정상원, 오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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