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시대 공동육아] ⑤ '돌봄공동체' 지원 사업, 성공·실패를 가른 이유(끝)

2022.05.17 방영 조회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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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권선미 기자 김덕훈 인턴기자 = 광주광역시 남구 노대동에 있는 '숲속작은도서관'은 2011년 동네 주민들이 뜻을 모아 한 아파트의 공용공간을 돌봄 시설로 개조해 문을 열었다. 2019년에는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공동으로 주관한 '주민주도형 돌봄공동체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같은 해 서울 서초구는 지역 내 영유아 양육자들이 육아 정보를 공유하고 양육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육아 특화사업 '함께키움 공동육아'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10개 모임에 51개 가구가 참여했고, 구청은 공동육아 문화 정착을 위해 사업 예산과 관련 프로그램을 늘려갔다. 11년이 지난 현재 숲속작은도서관은 사업비 부족으로 인한 운영난으로 존폐 위기를 겪고 있고, 함께키움 공동육아는 116개 모임, 492개 가구가 참여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성장했다. 같은 시기에 시작했고, 비슷한 성격을 띤 두 사업이 이렇게 상반된 결과를 보이게 된 원인을 분석했다. 방과후 돌봄현장 [숲속작은도서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자생적 육아공동체 좌절케 하는 한시적 정부 지원 2013년부터 숲속작은도서관을 이끌어온 김진화(41) 대표는 중학교 3학년과 1학년, 초등학교 3학년인 세 자녀를 모두 이 도서관에서 키웠다.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키우는 경력 단절 엄마들이 모여 독서, 수학, 영어, 음악 등 각자 전공에 따라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했다. 도서관은 아이들에게 항상 열려있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자녀를 학원 대신 도서관으로 보내는 엄마들도 생겼다. 학교나 학원을 다녀온 아이가 부모의 퇴근 시간까지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틈새돌봄'과 '방학돌봄'도 진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도서관은 엄마들이 육아와 교육을 품앗이하며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입소문이 났다고 한다. 학교나 학원에서는 자녀가 뭘 하는지, 뭘 먹는지 등을 부모가 직접 볼 수 없지만 도서관은 언제든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돌봄 공동체는 워킹맘뿐만 아니라 전업주부의 육아 부담도 크게 덜어줬다. 김 대표는 광주시의 '여성가족친화마을' 사업 등 정부나 지자체에서 사업비 지원 공모가 나올 때마다 돌봄 운영 시스템과 향후 계획 등을 제출해 지원금을 받아왔다. 사업비는 3~8개월이면 지원이 종료됐기 때문에 관련 사업 공모가 나올 때마다 계속 지원해야 했다. 이런 운영 상황이 10년 이상 지속됐다. 김 대표는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강사비를 1회당 5만 원씩 지급하고 있고, 여러 활동 프로그램에 필요한 재료비, 도서 구입비, 간식비와 식사비 등이 지출된다"며 "돌보는 아이들과 교육에 참여하는 엄마들이 많아지면서 사업비도 그만큼 많이 필요해졌다"고 했다. 공동육아는 자체적으로 수익이 생기지 않는 사업이다. 초반에는 도서관 운영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점차 사업이 커지면서 사업비를 지원받지 않고는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여성가족부에서 주민주도형 돌봄공동체 우수사례로 뽑혔을 때, 연간 500만 원씩 2년 지원을 받았다. 여성가족부는 돌봄공동체 지원사업비를 일정 기간 받은 단체에 자립하라는 명목으로 '졸업'을 시켰다. 결과적으로 지원을 중단한 것이다. 광주광역시 북구와 광산구 등에서는 '돌봄사업'을 꾸려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도서관이 있는 남구는 그런 사업이 전혀 없어 구청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사업비를 확보하기 위해 김 대표는 방학돌봄과 야간돌봄, 가정과 가정을 이어주는 품앗이 육아, 전업주부를 위한 힐링 프로그램 등 계획서를 작성해 여성가족부 '가족 소통·참여 사업'에 지원했지만 선정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주민들이 힘을 합쳐 도서관을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공간으로 성장시켰지만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은 축소되거나 없어지는 상황"이라며 "사비로는 사업비를 감당할 수 없고, 도서관 유지가 점점 어려워져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돌봄과 교육 서비스가 많이 축소됐다"고 전했다. 지자체의 공동육아 활성화 정책 연구용역에 여러 번 참여했던 정성훈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주민 스스로 육아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경우 지원 대상에 거의 포함되지 못한다"며 "잘 운영되는 조직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보다는, 새로운 공동체 숫자를 늘려 실적을 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도서관은 현재 엄마들의 자원봉사와 부모들이 내는 소정의 보육비로 운영되고 있다. 김 대표의 올해 목표는 '도서관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예산 부족으로 프로그램을 늘리는 등의 사업 확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돌봄은 일반적인 사업처럼 접근하면 안 됩니다. 행사나 캠페인 등은 일시적인 지원으로도 충분하지만, 돌봄사업은 마을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꾸준한 관리와 지원이 필요해요. 숲속작은도서관같이 자생적 돌봄 공동체가 만들어져 10년 이상 성장하는 사례도 드뭅니다. 이러한 공동체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저출산 문제의 해결 방안이 될 텐데, 지자체나 정부 기관에서 돌봄을 일시적·형식적 사업으로 인식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서초구 공동육아 지원사업 안내문 ◇ 10년 이상 지속 서초구 공동육아 사업, 양육자 지원도 병행 서울 서초구 '함께키움 공동육아'는 전문가들이 성공적인 돌봄 공동체 정착 사례로 꼽는 사업이다. 지자체가 추진해 주민들과 10년 이상 꾸준히 발전시켜온 사례는 이 사업이 유일하다. 서초구 여성보육과 보육정책팀 김성희 팀장은 "어린이집 등 시설육아와 가정육아 중간 지점에 있는 것이 공동육아"라며 "자녀의 연령대와 관심사가 비슷한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애정을 갖고 모임에 참여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초저출산 시대에 접어들며 아이들에 대한 행정·재정 지원은 크게 늘었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에 대한 지원은 아직 그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지 않고 있다. 함께키움 공동육아는 자녀만이 아닌, 양육자에게도 동일한 무게를 두고 지원한다는 차별점이 있다. 부모 교육, 힐링 프로그램 등에 참여한 부모들은 양육에 대한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위로와 자신감을 얻게 된다. 이처럼 구청은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입소문'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다른 지역에서 소문을 듣고 사업에 참여한 시민도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5세 자녀를 키우는 김유리(39) 씨는 "지인의 소개로 올해 3월부 터 5세 자녀를 공동육아하는 모임에 합류했다"며 "서초구는 아빠들의 육아 독려 차원에서 아빠가 육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더 많은 지원을 해준다. 공동육아를 시작한 뒤 남편이 육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아이와 전보다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공동육아 현장 [공동육아모임 '사이좋은 황금돼지토끼'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김보영 한양여대 아동교육과 교수는 "서초구 외에는 공동육아 시스템이 잘 구축된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자녀 양육의 질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양육자에 대한 지원을 동시에 진행해 육아 스트레스와 부담을 덜어준 것이 성공 요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동육아는 어떤 사적 모임보다 이웃간 필요한 부분을 충족해줄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이 모임 안에서 양육 부담을 내려놓고 안정감과 부모력을 회복할 수 있다"며 "이처럼 부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공동체 의식을 키워주고, 부모 간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정서 지원'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청은 이미 꾸려진 공동육아 모임이 지속할 수 있게 하는 노력도 병행했다. 서너 가정이 꾸린 모임은 한 가정의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거나 이사를 하면 와해하기 쉬웠다. 이를 막기 위해 구청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이곳에서 언제든 새로운 구성원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서초구는 올해 해당 사업에 3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서울시의 올해 공동육아 지원 사업비는 9천500만 원으로, 서초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서초구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공동육아 활동비를 꾸준히 늘리며 아낌없는 지원을 해왔다. 충분한 예산과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프로그램을 지원받은 부모들은 이 사업에 큰 만족감을 느끼고, 직접 아이디어를 내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3명의 사업 담당 공무원과 부모들이 직접 소통하며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코로나 때 진행했던 온라인 공동육아와 온라인 부모 모임도 이러한 소통으로 탄생한 결과물이다. 김 팀장은 "공무원이 정책을 억지로 짜내는 게 아니라, 정책 대상자들과 자연스러운 소통을 통해 튼튼한 시스템을 구축해왔다"며 "올해도 현장 목소리를 들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fortuna@yna.co.kr [# 글 싣는 순서] ① "'함께 키움' 덕분에 둘째·셋째도 낳았어요" ② 코로나 돌봄 공백 "함께 했기에 메울 수 있었다" ③ 워킹맘도 육아 품앗이로 코로나 견뎌냈다 ④ '직접 돌봄' 원해도 현실적인 선택은 '어린이집' ⑤ '돌봄공동체' 지원 사업, 성공·실패를 가른 이유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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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숙인 윤재순 "생일빵 화나 뽀뽀해주라" 논란증폭…사퇴 일축(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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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국민대 교수회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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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토네이도 같은 화염이"…알제리 잇단 산불로 수 십명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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