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기자]
2024년 4월 1일, 테크M이 재창간 4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리며, 테크M 기자들이 흥미로운 테크를 주제로 각자의 취향을 담은 창간특집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어떤 기술들이 우리 삶을 다채롭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테크M 오리지널 시리즈와 함께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첫 번째 오리지널 시리즈는 이소라 선임기자의 '콘텐츠 테크 VFX'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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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M 홈페이지에 자주 온 독자들이라면 '라떼워킹맘'이라는 '부캐(부가적인 캐릭터)'를 자주 봤을꺼야. 40대라 '라떼는~'을 외치고,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라 만들어진 '라떼워킹맘' 부캐는 사실 테크M 창간 특집인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처음 탄생했어.
그래서 테크M 오리지널 시리즈를 독자들에게 선보일 때는 항상 설레곤 해. '라떼워킹맘'의 고향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이지. 딱딱한 기사체가 아닌, 독자들과 마치 수다를 떠는 것처럼 글을 전개할 수 있으니 말이야.
이번 테크M 오리지널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볼 수 있는 테크에 대한 이야기들이 준비돼 있어. '라떼워킹맘'이 준비한 것은 '콘텐츠 테크'야. '라떼워킹맘'이 가장 많이 등장했던 코너가 콘텐츠를 리뷰하는 '봤다'임을 감안한다면, 꼭 '라떼워킹맘'이 해야 하는 주제라고 생각해.
콘텐츠 테크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지만 '라떼워킹맘'이 오늘 조명하고자 하는 것은 'VFX'(Visual Effects)야. 생소하다고? 그럼 'CG'(Computer Graphics)를 모르지는 않겠지? 최근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세상 어떤 산업보다도 기술집약적인 VFX에 대해 알려주려고 해.
VFX는 CG가 아닙니다
우선,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 하나를 바로 잡아야 할 것 같아. 대부분 사람들은 콘텐츠에서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장면이 묘사될 때 "CG가 잘됐네"라고 표현하잖아. 그런데 VFX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장 속상한 말이라고 해.
영화 한산의 VFX 적용영상
드라마 한편을 만들려면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뤄야 하잖아. 작가 덕분에 이 드라마가 최고가 됐다고 말하면 촬영 감독이나 배우, 스태프들이 서운해 할 수밖에 없지. 우리가 VFX를 CG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더라고.
정확하게 CG는 VFX 종류 중 하나일 뿐이더라. 컴퓨터로 작업하는 VFX가 CG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VFX는 컴퓨터 이외에도 시뮬레이터 기기 등 다양한 장비들을 활용하고 있어. 그리고 그 장비들은 엄청난 '고가'라고 해.
아무튼, VFX 산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이야기를 꼭 해야 할 것 같았어. 정확한 용어부터 아는 것이 첫걸음이잖아. 안그래?
'노량'은 바다에 배를 띄운 적이 없습니다
이건 또 무슨말이냐고? 이순신 장군의 해상 전투를 그린 '노량'이라는 영화를 만드는데 실제로 배를 바다에 띄운 적이 없다고 하면 믿겠어? 바다에서 배로 싸우는 것이 해상전투고,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는 그게 전부인데 말이야.
놀랍게도 노량의 모든 해상 전투신은 VFX로 만들어졌다고 해. 사실 이 이야기를 듣고 내가 보는 것이 진짜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 영화를 볼 때는 몇 개의 장면만 VFX를 활용하고 대부분은 촬영을 했다고 생각했거든.
VFX로 만들어 낸 노량의 한 장면/사진=M83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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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VFX 산업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해. 관객이 봤을 때 바다가 조금이라도 어색하다면 그 영화는 외면당할 수 있잖아. 이건 한국 VFX 기술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아.
예전에는 없는 존재나 촬영하기 어려운 환경 등을 보여주기 위해 VFX를 사용했다면, 요즘은 실제하는 것도 VFX를 활용해 더욱 실감나게 만들더라고. VFX가 쓰이는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는 것 같아.
다양한 VFX 기술 및 장비에 '주목'하세요
이보다 더 기술집약적인 장비가 있을까. VFX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모두 엄청난 기술이 녹아들어있어. 재미있는 사실은 'VFX 장비'라고 검색해 보면 제대로 된 정보가 나와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거야. 대중적이지 않고, 너무나 전문화된 지식이라 그런지 그 흔한 '나무위키'조차도 이 부분은 담아내지 못하고 있더라.
VFX로 만들어 낸 노량의 한 장면/사진=M83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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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노량에 쓰인 다양한 기법들을 소개해 보고자 해. 해상 전투씬이 주인 영화 답게 '워터 시뮬레이션'이 가장 많이 사용됐다고 하더라고. 물의 출렁거림과 그림자까지 구현하려면 정말 많은 변수들이 들어가야 하는데 여기에 사용된 코딩은 셀 수 없다고 해.
파도수, 파도의 최대 파장, 파도의 최소 파장, 최대 진폭, 최소 진폭, 주요 바람 각도, 물의 주요 확산 각도, 작은 파도 경사도, 큰 물결 경사도, 물결 마루가 도달하는 높이 범위 설정 등 솔직히 단어만 봐도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 수많은 코드들이 모여 노량의 바다가 만들어졌어.
특히 이번 노량에 쓰인 워터 시뮬레이션은 세부 영역을 조절하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자유도가 높은 작업 과정을 구현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 게다가 디지털 휴먼을 만드는 고난이도 기술로 자연스러운 인물 표현까지 완성할 수 있었어.
VFX로 만들어 낸 노량의 한 장면/사진=M83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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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에 디지털 휴먼이 쓰였다고 하니 생소하지? 노량에는 사람인데,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꽤 많이 들어가있어. 좀더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웅장한 전투신을 위해 디지털 휴먼을 사용했다고 하니 영화를 볼 때 한번 자세히 봐봐. 솔직히 '라떼워킹맘'은 구분을 못하겠더라.
이번 노량에는 최고 사양의 컴퓨팅과 시뮬레이터가 사용됐다고 해. 컴퓨팅은 계산을 의미하는데 통상적으로 컴퓨터로 문제를 계산해 해결하는 것을 말해. 예전에는 컴퓨터가 '계산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용됐다고 하더라.
아무튼 컴퓨팅을 위해서는 엄청난 처리 속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장비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사실 VFX 비용이 비싼 이유도 이런 장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해. 한번 돌리는데 전력 소비가 어마어마하고, 이것이 다 비용이라고 하더라고.
VFX로 만들어 낸 노량의 한 장면/사진=M83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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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시뮬레이션 기술 또한 주목할만해. 이 기술은 '반지의 제왕'에서 처음 나온 기술이고 이를 토대로 최근 다양한 콘텐츠에 등장하지. 군중 시뮬레이션으로 대규모 전투를 묘사한 뒤, 함선들이 파괴되는 장면은 단계적 시뮬레이션으로 생생함을 더했어.
사실 처음 이야기를 들을 때는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그 사람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거든. 최대한 내 머리속으로 넣었다가, 알기 쉬운 언어로 표현하고자 했는데 잘 전달됐을지 모르겠다.
기술 집약적이지만, 사람 없이는 안되는 산업
사실 우리는 VFX를 CG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엄청난 노동을 투여해야 하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아. 하지만 VFX는 기술 없이 사람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더라.
더 재미있는 것은, 기술만 있어도 안된다는 거야. 사람이 제대로 된 코드를 입력해야지만 기술이 빛을 발할 수 있다더라고. 세부적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결국 사람의 눈으로 확인하고 수정해야 가능한 일이야.
특히 각 감독마다, 작가마다, 촬영감독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를 것 아냐. 그래서 그 감독의 시그니처 장면이 나오는 것이고. 이건 사람의 머리 안에 있기 때문에 기술이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하더라고.
간략하게 VFX에 대해 알아봤는데 유용했을지 모르겠어. 다음 편에서는 우리나라 VFX의 산 증인인이라 불리는 정성진 M83 대표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해. 한국 영화의 역사까지도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니 기대해 줘.
이소라 기자 sora@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