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온라인을 통해 이성에게 호감을 표시하며 접근한 뒤에 돈을 뜯어내는 사기 방식을 '로맨스 스캠'이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접근한 남성 때문에 한 피해자가 2억 원의 피해를 입었는데, 최근 이 남성이 똑같은 사진으로 이름만 바꿔 또 접근해 왔다고 합니다.
먼저 김지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지윤 기자]
30대 여성 A씨는 지난 4월 이혼 남녀가 모여 있는 포털사이트 카페에 가입했습니다.
소개 글을 올리자 쪽지가 왔습니다.
피규어 회사에 다닌다는 '75년생 서현민'이었습니다.
은근히 재력을 과시했습니다.
[A씨/피해자 : 송도 쪽에 집이 하나 있고, 용인에 집이 하나 있다(고 했습니다.)]
친해진 뒤엔 투자 얘기를 꺼냈습니다.
펀드 매니저 삼촌에게 정보가 들어온다면서 '커플 계좌'를 만들자고 했습니다.
투자를 망설이자 "미래를 같이 하고 싶다"면서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결국 서현민이 소개한 사이트에 2억3천만원을 넣었습니다.
다음날 그 사이트는 문을 닫았습니다.
서현민도 메신저에서 사라졌습니다.
[A씨/피해자 : 진짜 딱 이랬던 것 같아요. 멍한 느낌?]
흔적을 찾기 위해 최근에 다시 카페에 들어갔다 서현민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다른 아이디로 인사를 남기자 쪽지가 왔습니다.
이번엔 '77년생 정지훈'이라고 했습니다.
목소리는 달랐지만 접근 방식은 똑같았습니다.
놀러 갈 계획이라고 했더니 친절하게 설명도 해줬습니다.
[사기범과의 통화내용 : 파타야도 괜찮고, 방콕도 괜찮고…]
그리고 폐쇄됐던 투자 사이트는 도메인 주소를 약간 바꿔 다시 살아났습니다.
[앵커]
보신 것처럼 이들 로맨스 스캠 사기 일당은 피해자에게 접근해 호감을 산 뒤 좋은 투자 사이트가 있다고 소개하는 식으로 돈을 가로챘습니다. 이들 일당은 지금도 이 사이트를 운영하며 또 다른 피해자를 찾고 있는데, 경찰 수사는 제자리 상태입니다.
이어서 최연수 기자입니다.
[최연수 기자]
한 여성이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보냈습니다.
외제차를 타고, 명품을 쇼핑하고,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영상도 보냈습니다.
40대 남성은 여기에 속았습니다.
[B씨/피해자 : 돈은 중요한 게 아니다, 당신이 좋은 직장에서 샐러리(급여) 받고 있는데 난 그게 오히려 더 좋다 그랬거든요.]
그러다 돈이 많은 이유는 "투자 전문가인 사촌오빠 덕"이라며 투자 사이트를 쓸쩍 소개했습니다.
투자를 망설일 때는 똑같이 '미래를 함께 하고 싶다'면서 해외 여행 얘기로 바람을 넣었습니다.
그 말에 2억8천만원을 뜯겼습니다.
경찰에 신고하러 갔다가 넉 달 전 같은 수법에 당했다는 또 다른 피해자를 알게 됐습니다.
[C씨/피해자 : (수법이) 비슷해요. 똑같죠. 직업은 심리상담사인가 그렇고요. 사촌오빠한테 고액 소스를 전달받아서 전달해준다.]
6800만원을 투자했고, 그대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경찰은 최근 돈을 보낸 계좌의 통장 주인을 잡았지만 수사를 멈췄습니다.
사기인 줄 모르고 명의를 빌려줬다는 진술외에 다른 단서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사이 돈은 이미 해외로 빠져나갔고, 피해자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송민지 정수임]
김지윤 기자 , 최연수 기자 , 정철원, 이현일, 홍여울, 강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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