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소극장 학전 이끈 가수 김민기 별세
(서울=연합뉴스)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 '학전'을 30여년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을 배출해 온 가수 김민기가 21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3세. 지난 2011년 2월 21일 극단 '학전'의 창단 20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에서 고인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7.22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이태수 오명언 기자 = 가수 겸 공연 기획자 김민기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중문화계는 22일 일제히 추모의 뜻을 전했다.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연합뉴스에 "역경과 성장의 혼돈 시대, 대한민국에 음악을 통해 청년 정신을 심어줬던 김민기 선배에게 마음 깊이 존경을 표하며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이수만은 고인이 운영하던 소극장 '학전'이 지난 3월 문을 닫을 때 1억원 이상을 쾌척하기도 했다.
그는 평소 주변인들에게 김민기를 "조용하며 나서지 않고, 나서야 할 때는 묵묵히 책임만 감수하는 순수하고 맑은 시인"이라고 언급하며 "대한민국 가수들의 초석을 다진 매우 존경하는 분"이라고 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 박학기도 "(김민기는) 우리 후배 가수들에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늘 물어봐야 하는 큰 형 같았다. 우리에게 기준이 되는 형이셨다"고 말했다.
박학기는 지난해 김민기가 운영하던 소극장 '학전'이 폐관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동료 예술인을 모아 학전과 김민기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은 마지막 공연 '학전 어게인'을 기획한 인연이 있다.
그는 "항암을 계속 받으면 몸이 점점 힘들어지지 않느냐. (김민기가) 최근 집에서 쉬시면서 병원을 오가며 치료받으셨다"며 "마음의 준비는 하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가셨다"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가수 김민기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가수 조영남은 "김민기는 내가 살면서 두 눈으로 본 인물 중에 가장 천재다. 천재에 근접한 인물은 여럿 있었지만 '천재'라고 단정할 수 있던 유일했던 인물"이라고 회고했다.
조영남은 "김민기는 처음부터 쓰는 어휘가 남달랐다. 문제가 생기면 '트러블'(Trouble)과 '프로블럼'(Problem)을 섞어서 '걱정 말라'며 '노 트러블럼'(No Troublem)이라고 말하던 게 생각난다"며 "어느 프로그램에서 '아침이슬'이 국민 가요가 된 소감을 묻는 말에 '자랑하기도 뭣하고 버리기도 뭣하다'는 취지로 '겨울 내복'이라고 답하던 것을 보고 천재라고 느꼈다"고 떠올렸다.
그는 "학전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 통화를 한 것이 마지막"이라며 "김민기는 내가 지금까지 본 사람 중에 결이 가장 고운 사람이었다. 아침 이슬보다도 맑은 사람"이라고 돌아봤다.
학전 출신으로 '학전 어게인 콘서트' 무대에도 오른 가수 한영애는 "김민기 선배님 영전에 그가 지은 노래 '잘가오'를 마음으로 부른다"며 "우리들 가슴 속에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김민기는 소극장 학전을 통해 가수 권진원·김광석·한영애·박학기는 물론 나윤선, 황정민 등 숱한 스타들의 설 자리를 마련했다.
가수 김민기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학전의 연극 '지하철 1호선'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배우 황정민은 올봄 전파를 탄 SBS TV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에서 고인에 대해 "신인 배우들을 모아놓고 선생님이 기본적인 것들부터 저희를 다시 가르치셨다"며 "저의 20대를 온전히 학전에 바쳤었고, 김민기 선생님이 저에게는 교과서 같은 분이었다"고 말했다.
학전 운영 방안 논의에 참여했던 영화 제작사 명필름의 이은 대표는 고인에 대해 연합뉴스에 "대한민국 음악계와 공연예술계에 큰 족적을 남겼고, 우리 사회의 변화에 모범을 보인 시대의 큰 어른이셨다"며 고인의 평안을 빌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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