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경고' 이상기후…사라진 꿀벌은 알고 있었다
[앵커]
예년보다 길어진 찜통 더위에 지구 온난화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 한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이상기후가 어떤 재앙을 가져올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생물이 꿀벌이라고 합니다.
어떤 내용인지 성승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의왕의 양봉농가.
벌통 근처 곳곳에 꿀벌의 사체가 널려있습니다.
여기 한쪽에 쌓여있는 벌통들이 다 폐사한 벌통입니다. 이 농가는 지난해 150개의 벌통을 키웠는데, 올 초 동면이 끝나고 살아남은 건 단 22개에 불과했습니다.
생존률이 15%가 채 안되는 겁니다.
양봉협회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폐사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성남으로 78%였고 나머지도 대부분 50~60% 수준이었습니다.
꿀벌 폐사의 주요 원인은 말벌과 응애, 그 중에서도 진드기의 일종인 응애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꿀벌의 면역력이 약해지는데, 이상기후로 매년 그 정도가 심해지면서 응애의 공격에 더 취약해지는 겁니다.
"지금 뭐 모든걸 총동원해서 하고 있지만 내년 봄에 2월 쯤에 (동면이 끝난) 벌을 깨웠을 때 몇 통이나 살아남았을지…"
더 심각한 문제는 벌 개체수 감소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어 인류의 식량난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벌은 꽃가루를 나르며 식물의 수분과 작물 생산을 돕는 매우 중요한 '화분 매개자' 역할을 합니다.
전 세계 농작물 중 75%가 벌이나 나비 같은 곤충에 의해 수분되는데, 이게 직격탄을 맞게 되는 겁니다.
농작물 타격은 초식동물의 먹이 부족으로 이어지고, 육식동물까지 생태계의 먹이사슬에 연쇄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화분 매개 생물 감소로 건강한 작물이 줄어 매년 40여만 명씩 목숨을 잃고 있다는 하버드대 연구팀의 발표도 있었습니다.
"농업과 기후 변화의 영향은 수분 곤충에 훨씬 강하게 미칩니다. 농작물의 수확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더 많은 토지가 필요하게 되겠죠. 앞으로 상황은 더욱 심해질 것이고요."
이상기후를 통해 우리에게 비극을 경고하고 있는 지구, 인류가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연합뉴스TV 성승환입니다. (ssh82@yna.co.kr)
[영상취재 기자 김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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