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한 NH농협은행 영업점에서 은행 직원이 121억원을 불법대출 받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JTBC는 내부 감사보고서 등을 입수해 해당 사건을 추적했습니다. 수법은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하지만 농협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이 뚫린 건 이유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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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 본사가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수상한 대출 흐름을 감지한 건 지난 8월 말.
내부 감사를 통해 '실제 존재하지 않는 부동산'을 담보로 100억원 넘는 대출이 발생한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JTBC가 입수한 내부 감사보고서입니다.
이 영업점의 김모 과장은 2020년 6월부터 2024년 8월까지 4년간 106차례에 걸쳐 총 171억원을 농협은행에서 대출받았습니다.
명의는 지인 등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김 과장은 "존재하지 않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가상화폐에 투자했지만 전액 손실 상태라 갖고 있는 돈이 없다"고 했습니다.
등기부등본 등 관련 서류를 위조해 대출을 받은 겁니다.
농협은행은 이 중 121억원을 불법대출로 판단하고 다른 직원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NH농협은행 관계자]
"문제 부분은 저희가 다 개선을 할 거고. 재발하지 않도록 계속 시스템 개선을…"
농협은행이 이런 내부 불법행위를 막겠다며 '순회감사자' 제도를 도입한 건 10년 전입니다.
기존 감사에 더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독립적인 제3자까지 투입해 '이중 내부통제' 구조를 만든 겁니다.
하지만, 이들 순회감사자도 당시 불법대출에 대해 모두 '정상' 의견을 낸 거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NH농협은행 관계자]
"교차해서 점검해주는 분들이 계시긴 하거든요. {이 사안에 대해선 순회감사자분들이 체크를 못 하신 건가요?} 점검을 데일리로 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그걸 속인 거죠."
알고 보니, 농협은행 순회감사자 369명 모두 농협은행 퇴직자 출신입니다.
내부 불법 행위를 4년이나 잡아내지 못했던 이유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강준현/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퇴직자 출신으로 꾸려져서 순회 감사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요. 금융사고가 계속 터지고 있는데 내부통제 시스템을 잘 갖출 수 있도록 국회에서 세심히 살펴보겠습니다."
오늘 저녁 6시 50분 〈JTBC 뉴스룸〉에서 '농협은행 121억 불법대출·횡령' 사건에 대해 더욱 자세히 보도해드리겠습니다.
[영상취재 이동현·김재식 영상편집 홍여울]
정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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