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아시아의 기후재난 현장을 연속 보도해드리고 있는데요.
극심한 한파재난으로 몽골 유목민들은 결국 초원을 떠나 도시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진 것도, 일자리도 변변찮은 데다 몽골의 도시 지역은 또 다른 기후재난인 홍수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몽골 현지에서 이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입에선 여전히 가축을 몰며 부르던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유목민의 자녀 15살 수흐바타르.
지금은 도시의 한 기숙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수흐바타르 (15)/ 유목민 자녀]
"조드(한파재난)가 모든 걸 바꿨습니다. 많은 가축을 잃었고, 대학을 가기로 했습니다."
할아버지, 아버지를 이어 유목민이 될 거란 오랜 꿈은 결국 접었습니다.
몽골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유목생활을 하는 부모와 떨어져 이렇게 기숙학교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나랑게렐 씨도 최근 유목민 남편과 떨어져 '기러기 가족'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겨울 극심한 조드로 가축 대부분을 잃은 뒤 부부는 자녀들에게 더이상 유목민의 삶을 물려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랑게렐/유목민 출신 이주민]
"유목민에게 날씨 자체가 매우 큰 도전이 됐습니다. 지난 겨울은 우리 모두에게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큰 아들은 군 입대를 택했고, 작은 아들은 광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린 막내는 나랑게렐 씨가 홀로 키웁니다.
[나랑게렐/유목민 출신 이주민]
"(남편과) 떨어져 사는 건 당연히 매우 어렵습니다. 어린 아들이 아빠를 많이 그리워해 안타깝습니다."
최근 30년간 유목민 60만 명이 초원을 떠나 수도 울란바토르로 이주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재산도, 마땅한 일자리도 없어 도시 빈민으로 전락합니다.
이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건 또 있습니다.
바로 여름철마다 닥치는 폭우입니다.
울란바토르 내 바양주르흐 구.
진흙밭 군데군데 무허가 게르와 판잣집들이 이들의 거주지입니다.
간밤에 살짝 내린 비에도 사방이 물웅덩이로 가득합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50년만에 최악의 폭우가 내리면서 온 마을이 홍수로 뒤덮였습니다.
작년 8월 홍수 이후 복구가 완료됐다고 하지만 아직은 미흡한 모습입니다.
도로를 보시면 정비가 되지 않아서 토사물이 그대로 쓸려 내려갈 수 있는 모습이고요.
가옥 역시 임시방편 형태로 아직 보수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 홍수로 몽골에선 3천8백여 명이 집을 잃었습니다.
[무흐델기리/홍수 피해주민]
"내 눈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남겨진 건 폐허뿐이었고,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한파 재난을 피해 초원을 떠나 도시로 왔더니 이번엔 홍수가 이들의 삶을 덮친 겁니다.
[무흐델기리/홍수 피해주민]
"여전히 모든게 불안합니다. 특히 홍수가 났던 지역이 아이들 유치원 근처라 더욱 불안해요."
한파와 가뭄, 폭우와 홍수 등 몽골의 위험 기상현상 발생빈도는 30년 전 연간 16회에서 지난해 132회로 8배나 급증했습니다.
몽골의 기후변화 속도는 전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릅니다.
몽골은 저개발국인데다 인구도 적어 탄소배출량이 전세계의 0.1%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피해는 다른 산업국가들 보다 앞서서, 가장 치명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지은입니다.
영상취재: 장영근 전인제 / 영상편집: 박초은 / 취재협조: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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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장영근 전인제 / 영상편집: 박초은
이지은 기자(ezy@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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