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지난 6월, 강원도 동해안에서 잡은 물고기가 어선에 가득 놓였습니다.
길이 50cm가 넘는 커다란 물고기는 참다랑어입니다.
태평양의 따뜻한 물에서 사는 참다랑어가 따뜻해진 바닷물을 따라 동해로 북상했습니다.
제주도 근해에서 잡힌 커다란 참다랑어를 줄에 묶어 바닥으로 내리고 있습니다.
가장 큰 다랑어는 150kg이 넘고 길이는 사람 키만큼 깁니다.
2천 마리가 넘는 커다란 다랑어가 어시장 바닥을 가득 메웠습니다.
이렇게 큰 참다랑어가 대량으로 잡힌 건 이전에는 보기 드물던 현상입니다.
[유효재/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터 연구사]
"작은 건 예전부터 많이 잡혔고요. 30kg 이상, 산란할 수 있는 큰 참다랑어가 우리나라에 많이 잡힌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유입됐다는 거고, (지난) 4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거든요."
2021년에는 독도 부근에서 참다랑어의 알도 발견됐습니다.
우리 바다가 참다랑어가 들렀다 가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산란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변화는 바닷속 유전자 분석에서도 드러났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진이 바닷속을 떠돌아다니는 DNA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유효재/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터 연구사]
"이것은 환경 DNA를 조사를 위한 채수를 하기 위한 채수기입니다."
범죄 현장의 유전자 감식반처럼, 연구진은 바닷속의 DNA를 수집해 분석하면 어떤 물고기와 생물이 돌아다니는지 알아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전문가들은 유기체가 떨어뜨린 DNA를 채집해 동식물을 식별하는 기술을 환경 DNA 분석법이라고 부릅니다.
[유효재/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터 연구사]
"지느러미 조각이나 해양 포유류의 피부 세포에는 DNA가 있습니다. 생물이 이곳을 떠난 뒤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DNA는 바닷속에서 떠다니면서 우리가 채집을 할 수가 있는데요."
지난해 5월 남해 동부 해역에서 수집한 DNA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35가지 어종이 확인됐는데 그중 가장 많이 발견된 것은 참다랑어의 DNA였습니다.
우리 바다에서 참다랑어가 많이 잡히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두 번째로 많은 건 정어리, 세 번째는 멸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도에서 붉은 점은 참다랑어의 알이 발견된 곳인데요.
2021년에는 독도 한 곳이었지만 지난해는 동해 전역과 부산 앞바다, 제주도 남쪽 해상까지 참다랑어알이 발견된 해역이 급증했습니다.
연구진은 DNA 분석에서 두 번째로 많았던 정어리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통영 앞바다에 부근에 출현한 대규모 정어리를 하늘에서 바라본 영상인데요.
바닷가 방파제를 따라 검은빛으로 보이는 게 다 정어리입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무리를 지어 헤엄치는 정어리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정어리는 죽은 채로 파도에 떠밀려 해변으로 밀려왔습니다.
검푸른 바다를 하얗게 뒤덮고 있는 게 죽은 정어리입니다.
폐사한 정어리는 썩으며 악취를 풍기고, 해양 오염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빨리 치워야 합니다.
바다를 가득 뒤덮은 정어리를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습니다.
2022년에 이어 지난해도 폐사한 정어리가 밀려왔습니다.
수거한 정어리만 매년 수백 톤이 넘습니다.
지난해 6월, 남해에서 정어리 DNA가 발견된 해역입니다.
경남 거제부터 남해 앞바다까지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표시된 해역이 정어리 DNA가 집중 발견된 곳입니다.
바닷속 DNA를 조사하면 정어리가 출현하는 지역과 규모를 조기 탐지할 수 있습니다.
[유효재/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터 연구사]
"환경 DNA를 분석해 본 결과 가장 먼저 출현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이들의 변화 패턴을 보면 앞으로 어디에 얼마만큼 출현할 것인가에 대한 동향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정어리 떼가 폐사해 해안으로 밀려올 위험이 커지면 사전 경고도 할 수 있습니다.
참다랑어와 정어리가 우리 바다로 몰려드는 원인 중 하나는 바닷물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한반도 주변 바닷물 온도는 평균 20.5도로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역대 최장 71일간 이어진 고수온 주의보는 사상 처음으로 10월 초까지 계속됐습니다. 늦가을로 접어들었지만, 우리 바다 수온은 여전히 예년보다 2도나 높습니다."
더 뜨거워진 바다에서 늘어나는 종이 있다면 살오징어와 명태 등 줄어드는 종도 많습니다.
기후 변화와 남획으로 우리 바다의 어획량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1980년대 어획량은 연평균 150만 톤 정도였는데, 2010년대는 104만 톤, 2020년대는 93만 톤으로 100만 톤 아래로 뚝 떨어졌습니다.
바다와 함께 살아온 어민들은 이런 변화를 절감합니다.
[어민/통영시]
"날이 너무 뜨거워서 수온이 너무 많이 올라가니까 고기가 없어요. 옛날에는 진짜 앞에 여기만 나가면 고기가 썩는다고 했는데 이제는 그런 고기는 없고. 요즘에는 이삭 주워 오는 거예요."
겨울이 다가오는 11월 중순의 강릉 앞바다.
따뜻한 바다를 좋아하는 전갱이 무리가 수면 위 햇살을 배경으로 바다를 누빕니다.
사람이 다가가자 주위를 둘러싸며 신비롭게 원을 그립니다.
변화하는 지구에서도 인간과 자연은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기후환경리포트였습니다.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현인아 기자(innah@mbc.co.kr)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