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말 투 아웃, 주자 1-3루에 두고 서른다섯 살 로이가 타석에 섭니다.
투 스크라이크에 때린 공이 파울이 납니다. 깎아 만든 수호신 '원더보이'마저 쪼개져 버립니다.
"승리의 배트로 골라 다오."
그리고 끝내기 역전 홈런을 날립니다. 조명탑에 꽂아 찬란한 불꽃놀이를 펼쳐 냅니다.
다이아몬드를 도는 로이 머리 위로 별이 쏟아집니다. 전광판을 눈보라처럼 가려 버립니다.
요기 베라의 명언을 아름답게 구현합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 건곤일척의 순간이 닥치도록 대통령은 말합니다.
"축구 선수가, 야구 선수가 전광판 보고 운동하면 되겠냐…"
민심의 기압계는 안 보면서, 국정 성과는 전국 백마흔여섯 개 전광판에 띄워 국민더러 보라고 했지요.
"변화 쇄신 그리고 민생을 약속한 때이고, 그걸 실천할 마지막 기회라고…"
국민의힘, 다시 내분에 빠졌습니다. 이재명 대표 반사 이익이 열흘 만에 끝났는데 말입니다.
한동훈 대표 가족 이름으로 당원 게시판에 오른 비방 글을 놓고서 고함치고 삿대질합니다.
본질은 친한-친윤 갈등에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진상 규명과 해결의 실마리 역시 법리보다 당내 정치에서 찾는 게 순서겠지요.
그런데 똑 부러지는 한 대표답지 않습니다. 법에 따라 철저한 수사로 밝히자면서, 뭐가 사실이고 아닌지 말을 흐리고 있습니다.
문제된 글이 한 대표 말대로 언론 사설 수준이라면 얼버무릴 이유가 없습니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약속한 국정 쇄신도 느긋합니다. 인적 쇄신은 '상당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답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서는 해외 순방에 불참한 것쯤입니다. 제2 부속실 설치는 이미 추진해 온 사안인 데다,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나마 대통령 부부가 여태 쓰던 개인 휴대전화를 바꾸면서 '소통 시스템 변화' 라고 했습니다.
중요한 건, 거는 전화기가 아니라 쓰는 사람이 아닐까요.
교계 원로 김장환 목사가 얼마 전 대통령에게 읽어 줬다는 성경 구절입니다.
'서로 마음을 같이하며, 낮은 데 처하며, 지혜 있는 체하지 말라.'
11월 26일 앵커칼럼 오늘 '변화와 쇄신, 마지막 기회'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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