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가짜 5인 미만으로 의심되는 한 사업장에서, 최근 임금체불 신고가 잇따랐습니다.
그런데 사업주는 노동청 관계자에게 신고한 직원을 혼내주라고 말했고, 직원은 결국 사업주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서약서까지 써야 했습니다.
차주혁 노동전문기자입니다.
◀ 리포트 ▶
24시간 운영하는 이 카페엔 직원 한 명이 밤새 근무하고 있습니다.
[카페 직원]
" 원래 야간에 두 명씩인데 오늘 어떻게 이렇게 됐네요."
주야간 12시간 맞교대 근무.
근무 장소도 대전 시내 3개 지점을 오가며 그때그때 다릅니다.
[김소희/카페 퇴사자]
"단톡방에 모든 지점의 직원들이 다 한꺼번에 있고요. 한 지점에 계속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계속 바꿔가면서, ○○에도 일했다가 △△에도 일했다가‥"
카페 3곳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각각 등록돼 있어, 연장, 야간, 휴일 가산수당도 없고, 근로시간 제한도 없습니다.
[카페 실질 사업주 (음성변조)]
" 우리가 시킨 게 아니라 본인이 한다는데. 어떤 직원은 31시간 한 적도 있어요. 오늘 하루 근무하고 내일 밤에도 근무하고‥"
청소를 잘못 했다고 욕을 먹어도 직장 내 괴롭힘 신고조차 못했습니다.
[카페 실질 사업주 (음성변조)/김소희 씨 녹취]
"아니, 그것도 못하냔 말이야. 이 XX들아. 어? 내가 상말해야 되겠어? 이 XX 같은 것들 정말로. 씨."
욕까지 먹어가며 받을 돈도 못 받자, 최근 한 직원이 진정을 냈습니다.
그런데, 노동청의 반응이 처음부터 이상했습니다.
[김소희/카페 퇴사자]
"'저 초과 수당이랑 야간 수당이랑 그런 거 다 못 받았어요' 그러니까 '5인 미만 아니에요? 5인 미만이잖아요'."
1백만 원 넘는 체불액은 40만 원으로 줄었고, 대기하던 사업주가 그 자리에서 입금하자 사건은 종결됐습니다.
[김소희/카페 퇴사자]
"'뭐 이 정도면 40만 원이면 되네. 이 정도면 됐죠?'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근데 그러고서 사장님한테 자기가 전화를 해보겠대요. '왜 안 오시지?' 이러면서. 그래서 '뭐지, 짜고치는 건가?'."
사업주 처벌까지 원한다고 했지만, 받을 돈 받았으니 처벌불원서에 서명하라고도 했습니다.
[근로감독관/김소희 씨]
"끝났잖아요. 취하도. 어떤 설명을? 하세요. 그냥 쓰세요."
강요하는 듯한 근로감독관에게 피해 직원은 이렇게 되묻기까지 했습니다.
[근로감독관/김소희 씨]
" 몰라요. 처음 보는 사람이에요."
카페의 실질적인 사업주는 대전 지역의 재력가입니다.
직원 3천 명이 넘는 주택관리업체가 본업이고, 카페 3곳과 음식점, 골프연습장 등은 가족 명의의 부업이라고 했습니다.
[카페 실질 사업주 (음성변조)]
"사업을 지금 40년 넘게 하면서 그거 뭐 나부랭이들 집적대는 거 내가 가만두겠냐고. 노동청에 신고하고 그런 애들. 그건 뭐 나부랭이지 뭐야. 정상적인 애들이 아니야."
지역 사회 모임만 27개라면서, 노동청 인맥까지 기자에게 언급했습니다.
[카페 실질 사업주 (음성변조)]
"내가 노동청에 그랬어요. 우리 후배들도 있고. '야, 니네들 뭐 여기 해결사야? 뭐 애들 돈 받아주면 돼? 걔네들은 혼내서, 아 좀 기다려라 해야지'."
임금체불 피해자인 김소희 씨는 실제 혼나듯이 조사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근로감독관/김소희 씨]
"입금하면 되냐, 응? 그런데 그렇게 하겠다고 한 것인 거잖아. 혼내듯이 말을 언제, 아, 하나하나 묻고 답했잖아요."
현재 카페 직원 5명이 사업주를 임금체불로 신고한 상태입니다.
또 올해만 5건의 임금체불 신고가 더 있었는데, 4건은 비슷한 방식으로 종결됐습니다.
[하은성/정의당 '비상구' 노무사]
"법을 안 지킨 다음에 나중에 주는 게 이득이라는 거죠. 어차피 처벌도 잘 되지 않고, 10명 중에 1명 신고할까 말까 하는데 내가 처음부터 법을 다 지키면서 사업을 할 이유가 있냐."
대전고용노동청은 사업장 근로감독과 함께, 해당 근로감독관에 대한 내부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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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혁 기자(cha@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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