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이 들어설 가덕도 대항항과 국수봉, 남산의 모습
[촬영 임성호]
(부산=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여기 보이는 산봉우리 두 개를 깎아서 저 앞에 바다를 메우면 길이 3천500m, 폭 45m의 활주로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부산역에서 차로 약 40분을 달려 도착한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 박용남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사업총괄처장이 가리킨 남쪽 산과 바다에는 국수봉(264.4m)과 남산(188.5m) 두 봉우리와 대항항을 비롯한 3개 항구가 있었다.
지금은 동백나무·참나무 숲을 등진 고즈넉한 어촌이지만, 약 5년 뒤면 이곳은 24시간 비행기가 뜨고 내리며 연간 1천230만명의 국제선 여객과 26만t의 화물이 오갈 남부권의 글로벌 관문 국제공항이 들어서게 된다.
공단은 지난 27일 언론에 가덕도신공항 부지와 개항까지의 사업 추진 계획 등을 설명했다.
가덕도신공항은 2002년 김해공항의 안전성과 포화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처음 건설이 검토됐으나 역대 정부에서 숱한 논란을 겪다 2021년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며 본격적으로 추진이 시작됐다.
가덕도신공항 건설계획도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3년 3월 발표한 로드맵에서는 육·해상 매립식으로 건설공법을 바꿔 개항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5년 6개월 앞당긴 2029년 12월로 정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일정에 맞춘 것이었다.
이후 엑스포 유치가 불발됐고, 부지 조성 공사가 4차례 유찰돼 수의계약으로 전환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부산·울산·경남의 최대 숙원인 만큼 개항을 더 미룰 수 없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우선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등 필수 시설을 완공해 2029년 개항을 하고 2031년 말까지 부대시설 등 나머지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공항 건설 부지에 현장지원센터를 설립한 것도 신속한 추진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10여년 전 폐교된 천가초등학교 대항분교 건물을 고쳐 만든 이곳을 신공항 건설의 베이스캠프로 삼아 현장 지원 업무와 보상 민원 등을 빠르게 처리할 계획이다.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가덕도신공항 현장지원센터
[촬영 임성호]
이윤상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이사장은 "올해 우선 시공분(현장 사무소, 공사 부지 진입로) 등에 착공하고, 공항 건축물의 기본 설계와 인허가 작업, 보상 절차를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항 개항을 빠르게 준비하면서도 항공기들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공단의 지상 과제다. 특히 최근 국내외에서 잇따른 여객기 사고로 항공 안전의 중요성이 더욱 주목받는 시점이다.
이 이사장은 "안전과 품질만큼은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저희가 정말 최선을 다해서 공항을 제대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무안공항 사고의 1차 원인으로 지목된 조류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예산이 허용하는 한 조류 탐지 레이더와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해 충돌 가능성을 줄이겠다"고 했다.
다만 환경단체 등의 '가덕도신공항의 연간 조류 충돌 횟수(TPDS) 추정치가 무안공항의 수백 배에 달한다'는 주장은 위험성이 부풀려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기존 공항은 조류 충돌 예방 활동의 결과가 반영됐지만, 건설 전인 신공항은 예방 활동이 없는 상태에서의 단순 추정이라 현재 공항보다는 위험도가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공항 건설 계획 설명하는 이윤상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이사장
[촬영 임성호]
외해에 노출된 지역인 만큼 짙은 안개가 자주 끼고, 강풍이 부는 점 등에 대해서는 "신공항은 항행안전시설을 시정거리가 200m만 확보돼도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는 '카테고리 3'(CAT-Ⅲ) 등급으로 설치할 것"이라며 "1997년부터 2023년까지의 풍향 자료를 토대로 안전한 활주로 방향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공항 시설과 접근 도로·철도를 포함한 가덕도신공항의 총사업비 규모가 올해 기준 15조6천427억원에 달하는 만큼 꾸준히 제기되는 경제성 논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 이사장은 "공항은 하나만 지어 놓으면 항공 노선을 만드는 데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인천공항만큼만 노선을 만든다면 100개 이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부산항만공사 부산항홍보관의 부산항-가덕도신공항 연계 물류 허브 모형
[촬영 임성호]
해운·철도 물류와 연계한 물류 허브로서의 경제 효과도 기대된다. 공단은 신공항에서 약 5㎞ 떨어진 부산항 신항과 시너지를 이루는 복합물류 운송체계를 구축해 공항, 항만, 철도, 도로가 연결된 '콰트로(4) 포트'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박용남 처장은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물건을 공항에 구축할 전자상거래 물류센터로 가져가 보관하다 해외 고객 주문이 있으면 항공으로 운송하는 사업 모델을 적극적으로 구축하겠다"며 "가덕도를 중심으로 한·중·일을 하나의 물류 시장으로 연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덕대교에서 촬영한 부산신항 전경
[촬영 임성호]
s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블라인드 기능으로 악성댓글을 가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