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학대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16개월 여아, 숨지기 한 달 전 아이가 걷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다는 세 번째 신고에도 경찰은 분리조치를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는데요.
판단 근거가 적힌 보고서에는 '부모가 격하게 반발해서'라는 이유가 적혀 있었습니다.
아동학대 '수사 매뉴얼'을 하나도 지키지 않은 겁니다.
김우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16개월 아이가 숨지기 한 달 전 소아과 병원 의사가 경찰에 신고했던 당시 녹취록입니다.
과거에도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몇 번 있었다고 설명하며
아이가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로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엄마 모르게 어린이집 선생님이 병원에 데리고 왔다고 말합니다.
이 세 번째이자 마지막 신고 이후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어떤 절차를 밟았는지 살펴봤습니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사건 종결 판단 근거 서류를 보면, 부모와 분리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함께 양부모 집을 찾아가 조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결국 부모를 입건조차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양부모가 분리조치에 대해 격하게 반발하고, 신체상 학대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양천경찰서 관계자 : 신고됐던 내용에 대해 저희가 관련된 사항들은 다 조사했고, 아동학대라고 단정하기 어려워서….]
비정상적인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도 미온적으로 대처한 이유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동학대 수사 매뉴얼에는 가정 내 아동학대는 피해자 고소가 없더라도 직권 수사가 가능한 만큼 적극 수사하라고 돼 있습니다.
보복이나 재범, 증거인멸 염려도 적극적으로 판단해 신병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런 원칙을 하나도 지키지 않은 겁니다.
전문가들은 숨진 영아가 의사소통하기 힘든 연령이었던 걸 고려할 때 이 '수사 매뉴얼'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조치했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영주 / 아동학대 전문 변호사 : 현장에서 경찰이나 종사자들은 매뉴얼보다 더 적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