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영 기자]
애플 '비전 프로' /사진=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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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최초의 혼합현실(XR) 기기 '비전 프로'가 오는 2월 2일 미국 시장에 전격 출시된다. 최근 아이폰 수요 부진으로 위기감이 높아진 애플이 비전 프로의 '공간컴퓨팅'을 앞세워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0년 만에 내놓은 혁신제품
8일(현지시간) 애플은 다음달 2일부터 미국 내 모든 애플스토어 매장과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비전 프로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오는 1월 19일부터 사전 주문을 시작한다. 제품 가격은 앞서 발표된 바와 같이 256GB 저장용량 기준 3499달러(약 461만원)부터 시작한다.
비전 프로는 2014년 '애플워치' 출시 이후 10년 만에 애플이 내놓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이다. 비전 프로는 1000명이 넘는 개발자가 투입돼 7년 이상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비전 프로 개발 과정에서 5000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 '비전 프로' /사진=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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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의 특징은 별도 컨트롤러 없이 눈동자와 손 제스처, 음성 만으로 애들을 구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는 직관적인 제스처를 통해 앱을 보고, 손가락으로 탭하여 선택하고, 손목을 튕겨 스크롤하거나 가상 키보드나 받아쓰기를 사용해 글자를 입력하는 등 앱과 상호 작용할 수 있다. 또 사용 중에 외부 환경을 선명하게 볼 수 있으며, 밖에서도 고글 안의 사용자 표정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주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혁신적인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사용자는 실제 공간 상에 가상의 창을 띄워 인터넷 검색이나 메일 작성, 영상 편집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것이 애플이 제시하는 공간 컴퓨팅의 모습이다. 가정에서는 사진이나 영상을 감상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고, 특히 대형 스크린과 공간 음향을 지원해 동영상 콘텐츠 감상용으로도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비전 프로는 애플의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OTT) '애플tv 플러스'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디즈니와의 협업을 통해서도 특화된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비전 프로는 맥OS, iOS, 아이패드OS를 잇는 새로운 운영체제(OS)인 '비전OS'로 구동된다. 비전OS는 기존 개발자 프레임워크를 활용하기 때문에 iOS와 아이패드OS에서 사용하던 100만개 이상의 앱을 곧바로 비전 프로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는 앱을 혼합현실 공간 어디에나 배치해 원하는 크기로 조정할 수 있다. 애플은 3D 엔진 기업인 유니티와 협업해 유니티 기반으로 개발된 앱이 비전 프로에서 작동하도록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 기술력 결정체...고가 논란·경쟁 제품 넘을 지 주목
비전 프로는 애플의 기술력을 결집한 야심작이다. 제품 무게를 줄이기 위해 최경량 소재를 사용했고, 전면은 카메라 및 센서용 렌즈 역할을 하는 유리로 감쌌다. 얼굴을 감싸는 맞춤형 알루미늄 합금 프레임과 부드러운 직물로 만들어진 밴드, 공간 음향을 제공하는 오디오팟 등은 인체공학적으로 섬세하게 배치했다. 2300만개의 픽셀로 이뤄진 마이크로 OLED 기반의 8K(눈 한쪽 당 4K) 디스플레이는 현실감 넘치는 그래픽을 망막에 그대로 비춰준다.
애플 '비전 프로' /사진=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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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전면에는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스캐너를 비롯한 각종 센서들이 제스처 인식과 눈 움직임 추적, 모션 감지 등을 수행하며, 이를 기반으로 실시간 3D 매핑 등을 수행한다. 비전 프로 안에는 맥북과 같은 'M2' 프로세서 외에 카메라와 센서, 마이크 등의 입력을 처리하기 위한 별도의 'R1' 칩이 탑재됐다. R1 칩을 기반으로 비전 프로는 레이턴시(지연)를 최소화하고, 눈 깜빡임보다 8배 빠른 12밀리세컨드(ms, 1000분의 1초)마다 새로운 이미지를 갱신한다.
애플 '비전 프로' /사진=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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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런 혁신에도 불구하고 비전 프로는 완벽하게 새로운 기기로 보이지는 않는다. 애플 측은 비전 프로가 기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헤드셋과는 다른 '공간 컴퓨팅' 기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경험하기에는 기존 VR 헤드셋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를 띄고 있다. 확실히 기존 제품보다 고급스럽기는 해도, 완벽하게 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비전 프로 흥행의 걸림돌로는 비싼 가격이 꼽힌다. 경쟁제품인 메타의 '퀘스트3'의 경우 499달러(약 65만원)부터 시작한다. 또 기존 가상현실(VR) 디바이스가 가진 불편한 착용감, 활용 앱 부족 등의 한계점을 뛰어넘을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애플이 비전 프로를 공개했을 당시 외장 배터리를 채택해 유선으로 연결해야 하며, 사용 시간도 최대 2시간 내외로 짧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메타 '퀘스트3' /사진=메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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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삼성전자와 구글, 퀄컴이 손잡고 내놓을 새로운 XR 기기와의 경쟁도 볼거리다. 삼성은 지난해 2월 '갤럭시 언팩 2023' 행사에서 이들과 함께 XR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은 퀄컴의 칩셋과 구글의 운영체제(OS)를 탑재한 XR 헤드셋 제품을 연내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퀄컴은 XR 기기용 '스냅드래곤 XR2+ 2세대 플랫폼'을 선보였다. 해당 플랫폼은 4.3K 해상도와 12개 이상의 카메라를 지원해 한층 더 사실적인 경험을 제공한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