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보안을 철칙으로 삼는 국정원 요원들의 어설픈 정보 활동이 논란입니다. 미국 수사당국의 10년 간의 추적을 왜 우리 국정원은 몰랐던 건지 따져보겠습니다. 김자민 기자, 뉴욕 검찰의 공소장에 우리 국정원 요원들의 활동이 적나라하게 적혀있다면서요?
[기자]
네, 31쪽에 이르는 공소장에는 수미 테리와 국정원 요원들이 만난 장소는 물론, 오간 대화까지 구체적으로 적혀있습니다. 지난해 1월 국정원 요원은 저녁 식사자리에서 "북한이 최근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했고 미국의 선제타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마치 옆에서 받아 적은 것처럼 대화 내용이 그대로 공소장에 적혀있습니다. 국정원 요원이 미 FBI에 도청을 당한 겁니다.
[앵커]
국정원 요원이 고가 명품을 선물하고 고급 식당에서 식사하는 사진까지 공소장에 담겼더라고요?
[기자]
공소장에는 총 다섯장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명품샵에서 찍힌 두 사진은 CCTV로 촬영했다고 설명돼 있습니다. CCTV 영상은 저장 기한이 있는 만큼 FBI가 바로 확보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식당에서 찍힌 사진은 FBI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추정되는데 미 수사당국이 국정원 요원들의 동선을 꿰차고 수년에 걸쳐 도청과 미행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국정원 요원들이 신분도 숨기고 첩보 활동을 펼치잖아요. 이번엔 왜 이렇게 보안에 허술했던걸까요?
[기자]
공소장에 등장하는 국정원 요원들은 외교관 신분으로 활동하는 화이트 요원입니다. 신분을 위장한 채 첩보를 수집하는 블랙 요원과는 다릅니다. 그렇다 보니 보안에 철저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은 외국 정보 기관의 자국내 활동을 굉장히 엄격하게 추적합니다. 이걸 누구보다 잘 아는 국정원 요원이 10년 간의 추적을 몰랐다는 건 망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대통령실에선 문재인 정부 당시 아마추어 요원들이 해외에 파견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분석을 하더라고요. 근거가 있습니까?
[기자]
FBI의 추적은 10년에 걸쳐 이뤄졌지만 명품 옷과 가방 등의 제공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에서 2021년 사이에 이뤄졌습니다. 이른바 '국정원 물갈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된 일이지만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 사이에선 이번 사건에 연루된 요원들이 업무에 서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A씨 / 전 국정원 직원
"개인적으로 약간 미숙했다고 보거든요. 프로라면 그렇게 드러나지 않았겠죠. 미국은 국가안보에 대해서는 예외 없는 나라고 외국 대사관 직원들에 대해서 아주 면밀히 들여다보죠. 그 담당했던 사람은 부주의했던거죠."
[앵커]
이번 사건을 두고 국정원의 정보 활동 방식이 너무 1차원 적이다, 이제는 좀 바껴야 된다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기자]
네, 일각에선 금품으로 정보원을 포섭해 정보를 모으는데 급급한 국정원의 아마추어적인 첩보 활동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남성욱 /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 원장
"일본의 고급 첩보 수집 활동은 철저하게 공공 외교 스타일로 진행이 돼요. 우리는 한국계 전문가를 만나서 금품을 주고 보고를 받는 행태는 20세기 정보 수집 활동입니다."
[앵커]
국정원 원훈이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로 알고 있는데, 참 무색하다란 생각이 듭니다. 김자민 기자 잘 들었습니다.
김자민 기자(b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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