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남편과 같은 생각이에요. 워싱턴에서 친구를 원한다면 개를 키우세요."
트루먼 대통령 부인 베스는 정치를 혐오했습니다. 걸핏하면 고향 미주리에 가 있곤 했지요.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 머물던 그가 백악관으로 전화해 남편에게 "현기증이 난다"고 했습니다. 트루먼은 뛰쳐나와, 차들이 달리는 대로를 가로질러 내달렸습니다. 그는 애처가보다 공처가에 가까웠습니다.
부통령이던 트루먼이 루스벨트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급히 백악관으로 갔습니다.
"루스벨트 부인,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영부인 엘리너가 도리어 트루먼 걱정을 해줍니다.
"도와줄 일이 있냐고요? 큰일 난 건 당신이에요."
백악관 사상 가장 활동적이었던 퍼스트 레이디 답습니다.
현명했던 영부인으로는 베티 포드가 꼽힙니다. 포드 대통령이 대선 때 내세운 구호입니다.
'베티의 남편을 대통령으로!'
드라마 '수사반장'에 출연하던 최불암 씨에게 육영수 여사가 전화를 걸어와 부탁했다고 합니다.
"대통령께서 '수사반장을' 보면서 꼭 따라 피웁니다. 담배 좀 줄여주세요."
곁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말리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무슨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그래요?"
거칠게 싸우던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김건희 여사 사과, 공정한 수사와 함께 제2부속실 설치를 촉구했습니다.
제2부속실은 대통령 부인을 보좌하는 전담 기구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없어졌지요.
그 때문에 김 여사 활동이 불투명해지면서 구설을 낳았다는 게, 네 후보의 인식입니다. 여론과 국정 부담을 더는 감당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엿보입니다.
대통령은 지난 2월 "대통령실이 제2부속실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반년이 되도록 대통령실은 '논의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김 여사 논란만 나오면 대통령실 대응이 꼬이는 이유가 뭘까요.
청와대를 거쳐 간 대통령 부인이 열한 분입니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안방 야당' 역할을 했던 분은 드물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국모의 칭호를 받을 만한 분" 이라고 했던 육영수 여사를 생각합니다.
7월 18일 앵커칼럼 오늘 '대통령 부인이란'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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