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충돌·랜딩기어 미작동' 복합 원인…인명피해 키워 '조류충돌·랜딩기어 미작동' 복합 원인…인명피해 키워
(무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무안국제공항에서 사고가 난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 끝이 아닌 중간부터 착지한 것을 두고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쪽 엔진 고장 등 상공에서 시간을 더 끌지 못하고 착륙해야 할 급박한 상황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2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7C2216편은 이날 오전 8시 57분께 1차 착륙 시도 중 무안공항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충돌 주의를 받았다.
사고기는 8시 59분께 메이데이(조난 신호)를 보낸 뒤 착지하지 않고 고도를 높이는 복행(復行·고 어라운드)을 했는데, 한 바퀴를 크게 돌아 원래 활주로(01번)로 진입하는 대신 180도 기수를 돌려 반대 방향 활주로(19번)로 진입했다.
또, 비행기 기수(머리)가 들린 채로 활주로 초입이 아닌 중간부터 빠른 속도로 착지했다.
1차·2차 착륙 당시 랜딩기어(비행기 바퀴)도 내려오지 않았고, 사고기는 결국 활주로 외벽과 충돌해 불길에 휩싸였다.
저녁까지 이어지는 무안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 수습작업
(무안=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파손된 기체 후미 수색 등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2024.12.29 dwise@yna.co.kr
전문가들은 조종사가 착륙을 위한 비행 고도를 더 높이거나 랜딩기어 수동 작동을 시도할 새도 없이 긴급하게 착륙할 수밖에 없는 위험이 있었을 수 있다고 봤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엔진이 한쪽만 고장 나면 추가 운행이 가능하지만, 양쪽이 고장 나면 곧바로 착륙해야 한다"며 사고기가 활주로 정상 진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항공기가 조난 신호를 보낸 직후 활주로에 도달하기 전 추락한 사례가 많아 적은 폭으로 회전해서라도 빨리 착륙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고 봤다.
정 교수는 "동체 착륙 시 비행기 바닥이 아스팔트에 콱 눌린다는 느낌으로 기수를 밑으로 눌러서 운항하는데 이 비행기는 기수가 들려 저항이 부족해 제동 없이 갔다"고 설명했다.
또 "보통 엔진 고장과 렌딩기어 작동은 별개지만, 양쪽 엔진이 둘 다 고장 나면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을 수 있다"며 "수동 비상장치는 최소 1분 30초∼2분이 소요해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없는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비상 상황에서 수중 착륙 시도 역시 표면장력 때문에 위험성이 큰 만큼 조종사들은 공간이 확보되는 비행장 착륙을 1순위로 할 수밖에 없다고 정 교수는 전했다.
제주항공 7C2216편은 이날 오전 9시 3분께 무안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외벽과 충돌해 반파되고 화염에 휩싸였다.
탑승객 181명(승객 175명·승무원 6명) 중 승무원 2명만 구조되고 179명이 사망했다.
국토교통부는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석 음성기록장치(CVR) 등을 수거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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