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앞에 놓인 술잔과 손 편지
(무안=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 철조망에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손 편지와 술잔 등이 놓여 있다. 2024.12.31
(무안=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승객을 살리고자 최선을 다하셨을 기장님, 부기장님, 그리고 승무원들 정말 감사합니다."
제주항공 참사 사흘째인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주변 철조망에는 희생자를 기리는 편지가 여럿 바람에 흩날렸다.
손으로 꼭꼭 눌러쓴 편지에는 애도와 슬픔, 안타까움, 고마움이 한데 스며 읽는 이의 눈물을 자아냈다.
사고 직전 동체 착륙을 시도한 기장과 부기장에게 감사를 전한 손 편지에는 '탑승객 모두가 좋은 곳에 가셔서 편하게 영면하셨으면 한다'는 바람이 함께 적혔다.
사고기 기장의 형이 쓴 것으로 보이는 손 편지도 철조망 사이 기둥에 붙었다.
편지에는 '외로이 사투를 벌였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너는 이미 너무나 훌륭했고 충분히 잘했으니 이젠 따뜻한 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고마웠고 미안하다. 형이…'라는 가슴 먹먹한 글이 쓰여 있었다.
참사 첫날부터 철조망 앞에 놓인 국화꽃과 술잔은 추모객 발길만큼 더 늘어 기체와 멀리 떨어진 곳까지 자리를 넓혔다.
누군가 두고 간 빵, 떡, 초코파이, 김밥, 핫팩은 처참하게 부서진 기체를 향해 나란히 정돈돼 있었다.
이곳을 지나던 한 주민은 "다들 해외여행 간다고 정말 좋아했을 텐데…"라고 혀를 차면서 꼬리만 남은 기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번 참사의 태국인 희생자 2명 중 1명의 영정을 들고 철조망 앞에 선 유족도 눈에 띄었다.
승려와 함께 참사 현장을 찾은 이 유족은 영정에 헌화하고 고개 숙여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눈물을 훔쳤다.
제주항공 참사 현장 찾은 태국인 탑승객 가족
(무안=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31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태국인 탑승객 가족이 영정을 놓고 있다. 2024.12.31 ksm7976@yna.co.kr
기체 주변에서는 참사 희생자의 신체 일부와 유류품을 수습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경찰 과학수사대와 소방관들은 기체 주변 구획을 세부적으로 나눠 감식과 수거 작업을 벌였다.
외곽을 주로 수색했던 전날과 다르게 기체 내부에 들어가서 상황을 살펴보거나 상자를 들고나오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경찰관과 소방관들은 유가족을 위로할 수 있는 수거물이 나올 때마다 함께 확인하기도 했다.
이날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사고조사관 11명과 미국 합동조사팀 8명도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미국 합동조사팀은 참사 현장에서 많은 인명피해를 낸 요인 중 하나로 의심받는 콘크리트 방위각 시설인 '로컬라이저' 설치 적정성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미국 합동조사팀은 연방항공청(FAA) 소속 1명,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3명,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 관계자 4명으로 구성됐다고 국토부는 전했다.
기장 가족이 쓴 손편지
[촬영 정경재]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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