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산구에 마련된 제주항공 참사 태국인 국적 A씨의 분향소
[촬영 나보배]
(광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상복을 입은 유족 여러 명이 충혈된 눈으로 조문객들을 맞는 여느 분향소와 달랐다.
31일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 1층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태국인 희생자 A(45)씨의 분향소에는 조문객을 맞은 지 3시간이 되도록 지원 나온 공무원들을 빼면 드나든 이가 없었다.
A씨는 이달 초 남편과 함께 고향인 태국 우돈타니에서 가족들을 만난 뒤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참변을 당했다.
남편은 그보다 일찍 귀국해 사고를 피했다.
빈소를 지키던 A씨 남편은 "무안 공항으로 오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아내와 통화를 했다. '내일 아침에 보자'고. 그렇게 평소처럼 통화를 했다"며 "금방 집으로 올 줄 알았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 생각지도 못했다"며 울먹였다.
A씨 남편은 7년 전쯤 한국으로 들어와 전남 나주의 한 공장에서 일했다. 6년 전쯤 남편을 처음 알게 됐다.
나주에 있으면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지만 A씨 남편은 그 연락처를 알지 못해 부고 문자도 돌리지 못하고 있다.
태국에 있는 A씨 가족들에게는 연락했지만, 한국까지는 오지 못했다. A씨 아버지가 심장이 아파 먼 거리를 이동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A씨 남편은 "아내 휴대전화를 찾지 못해서 친구들에게도 연락할 길이 없다. 무안국제공항에서 사고 소식을 듣고 온 아내의 친구만 만났다"며 "아내 가족들도 사고 소식을 알고는 있지만, 한국에 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시신을 아직 인도받지 못한 다른 유족과 달리 A씨의 시신은 비교적 온전하게 수습돼 상대적으로 일찍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A씨 남편은 이틀 뒤 발인하고는 유골함을 들고 아내의 고향에 가고 싶다고 했다.
A씨 남편은 "얼굴이 온전해서 빨리 시신을 수습했다"며 "이 상황이 정리되면 태국으로 가 직접 (처가 식구들을) 찾아뵙고 싶다. 아내 유골함이라도 갖고 가고 싶다"고 바랐다.
이 말을 들은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에서 장례를 치르시는 만큼 가능한 지원 하고 싶다"며 "유족의 요청사항에 대해 제주공항과 전남도에 특별히 말씀을 드리겠다"고 답했다.
강 시장은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분향소에 막 들어갔을 때, 영정사진 앞에 놓인 촛불도 켜지 않고 계실 만큼 (A씨 유족이) 경황이 없어 보였다"며 "한국에서 갑작스레 아내와 이별하게 된 만큼, 광주와 전남의 따뜻한 마음이라도 전달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참사 현장 찾은 태국인 탑승객 가족
(무안=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31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태국인 탑승객 가족이 영정을 품에 안고 헌화하고 있다. 2024.12.31 ksm7976@yna.co.kr
이번 사고로 희생된 또 다른 태국인 B(22)씨는 시신 수습이 늦어져 빈소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방콕포스트와 더네이션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그는 방콕대학교에 재학하며 항공 경영학을 공부했다.
한국인과 결혼한 어머니를 만나러 왔다가 사고를 당했다. 당시 어머니는 B씨를 만나러 무안국제공항에 마중을 나갔다가 공항에서 사고 소식을 들었다.
현지 매체 더 네이션은 "B씨 어머니가 공항에 있다가 직원으로부터 비행기에 문제가 생겼다고 들었고, 그 어머니는 이 상황이 참사로 확대될 것이라 믿지 않았다"고 썼다.
그러면서 "B씨는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 딸이었고, 3개월 뒤 졸업 후 승무원이 되기를 꿈꿨다"며 "가족들은 그의 졸업식에 참석하기로 계획을 해뒀었다"고 애도했다.
지난 29일 오전 9시 3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참사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했다.
전남도민 74명, 광주시민 83명, 전북도민 6명, 경기도민 4명, 서울시민 3명, 제주도민 2명, 경남도민 1명, 태국인 2명 등 승객 175명 전원이 숨졌다.
war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