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하얀색 헬멧을 쓰고 곤봉과 방패로 무장한 상태로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두르던 백골단, 이들은 심지어 영안실에 있는 시신을 빼돌리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만행은 영화와 연극 등으로도 고스란히 기록돼 있습니다.
강나현 기자가 보여드립니다.
[기자]
"군부독재 타도하자! 타도하자! 박종철을 살려내라! 박종철을 살려내라!"
- <영화 '1987' (2017)>
친구를 만나러 나온 거리에 갑자기 최루탄이 쏟아지고, 놀라 흩어지는 사람들 틈으로 흰색 헬멧과 청재킷 차림에, 곤봉을 든 무리가 뛰어듭니다.
앞서 가는 이의 뒷머리를 마구잡이로 내려치고, 이미 쓰러진 사람은 다시 밟고 또 밟습니다.
1985년 전두환 정권의 5공화국 때 생긴 '백골단'은 첫 해엔 서울시장이, 그 다음부턴 국가가 뽑은 경찰 공무원입니다.
합격하면 3년 동안, '강폭력 전담 형사요원' 으로 일한다고 돼 있지만 실제론 시위 현장의 '사복 체포조'였습니다.
진압으로 시위대가 흐트러지는 순간, 바로 달려 나가 닥치는 대로 잡아 채는 겁니다.
"깡패 데려다가 만든다는 이야기도 있더라. 전경들이 앞에서 최루탄 쏘고 막 쏴서 막으면 도망치는 애들 뒤로 쳐서 토끼 몰이로 사냥하는 거야"
- <연극 '더 헬멧' (2022)>
1991년 4월, 명지대 학생 강경대 열사가 백골단이 휘두른 쇠 파이프에 맞아 숨지면서 해체 요구가 거세졌지만 노태우 정부는 흰 헬멧 대신 푸른 헬멧을 쓰게 하고 사복 대신 정복을 입게 하는 것으로 버텼습니다.
정권이 휘두른 폭력의 '뒷수습' 역할은 죽은 자에게도 향했습니다.
1991년 5월, 의문사를 당한 박창수 당시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시신을 영안실에서 빼앗아 가기까지 한 겁니다.
"그 다음날 경찰들이 시신을 탈취해 간 거야. 보안사가 버리고 경찰이 뒷수습 한 거지"
-<영화 '제비' (2023)>
2000년대가 돼서야 백골단은 기동대 흡수 등을 통해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시민의 희생과 고통으로 수십 년 동안 민주주의를 다져온 우리나라에선 아무리 또 만들겠다 우겨도 결코, 현실에 다시는 들일 수 없는 단어입니다.
[화면제공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CJ ENM·시네마달]
[영상편집 임인수 / 영상자막 홍수정]
강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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