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바람을 가르며 끝없는 도로를 질주하는 자전거 무리.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선수들은 자신과의 싸움에 몰입합니다.
그 안에서 자신만의 페이스로 묵묵히 페달을 밟는 한 소년,
뉴질랜드에서 주니어 사이클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권지성 군입니다.
긴 여정을 달려 도달한 마지막 구간,
있는 힘껏 남은 힘을 쏟아 붓습니다.
[권지성 / 한인 사이클 선수 : 어른들도 있고 프로 수준의 사람들도 참가하는 경기여서 4등 정도 한 건 괜찮은 것 같아요. 코너는 괜찮았고 언덕을 오를 때 마지막 바퀴 때 조금 힘들긴 했는데 겨우 살아남았어요.]
이날 열린 대회는 오클랜드에서도 손에 꼽는 규모의 로드 레이스입니다.
겸손한 소감을 밝혔지만 지성 군의 기록은 인상적인데요.
프로 수준의 성인 선수들도 여럿 포함된 경기인 데다가, 일반 고등학교 경기의 두 배에 가까운 110Km 코스를 달려 괄목할만한 성적을 낸 겁니다.
로드 레이싱이 지성 군의 주 종목이 아닌데도 말이죠.
[던컨 텀블 / 로드 레이스 심판 : 권지성 군이 사이클 초보자였을 때는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보다 충돌 사고가 일어나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2년 차에 그는 자신의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라이더 중 한 명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어요. 제 생각에는 지성 군이 현재 자신의 연령대에선 뉴질랜드 1위 라이더인 것 같아요.]
사실 첫 질주는 땅이 아닌 얼음 위에서 시작됐습니다.
[권지성 / 한인 사이클 선수 : 어렸을 때 TV를 보다가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를 봤어요. 스케이트 탈 때 그 느낌이 좋았던 것 같고 거기에서 새로 만난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좋아서 계속한 거였고….]
쇼트트랙 유망주였던 지성 군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밟은 뉴질랜드 땅에서 사이클링을 만났습니다.
하체 힘과 코너링이 중요하다는 점이 쇼트트랙과 닮은 트랙 사이클링에 금세 매료됐으나,
지성 군이 올라야 할 오르막길은 매우 가팔랐습니다.
[오미라 / 권지성 군 어머니 : 트랙에 갔는데 정말 제 눈앞에서 (학생들이 지성이에게) 인종 차별을 해버리는 거예요. 지성이가 자전거를 들고 가는데 막 이렇게 치고 동양인 이러면서 조금만 실수해도 심하게 뭐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지성이한테도 매일 얘기한 게 '어쩔 수 없어 지성아 실력으로 보여주자.' '그래 너 인종차별 해, 그럼 네가 이겨버려.']
특유의 꾸준함과 정신력으로 낯선 땅에서의 늦은 출발을 묵묵히 해낸 지성 군.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절, 외출이 제한됐을 때도 지성 군의 바퀴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권지성 / 한인 사이클 선수 : 자신에게 동기 부여를 해서 매일 연습하는 게 조금 힘들긴 했는데 매일 하다 보니까 적응됐어요. 그렇지만 가끔 연습이 실전보다 힘들 때도 있어요. 그렇다고 '아, 이건 너무 세다' 하고 조금 강도를 낮추면 결과가 안 나오는 거죠. 연습 때 그렇게 세게 해야지 실전 가서 이 느낌을 이미 느껴봤으니까 거기서 더 갈 수 있는 거예요.]
매일의 노력과 즐기는 마음은 결코 그를 배신하지 않았는데요,
수많은 메달이 이 사실을 증명합니다.
지성 군은 이제 함께 달리고 싶은 동료이자, 촉망받는 선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새뮤얼 / 권지성 군 친구 : 지성이는 진정한 단거리 선수예요. 엄청난 힘을 갖고 있어요. 그와 함께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면 고등학생인 저는 지금 자전거를 타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는 좋은 친구예요.]
[카밀로 스패스 / 오클랜드 사이클링 회장 : 지성 군은 현재 매우 뛰어난 17세 선수입니다. 여러 전국대회를 우승하기도 했고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계속 자전거를 탄다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그는 운동선수에게 필요한 정신력과 두뇌를 갖고 있어요. 젊은 선수들 가운데 드문 경우죠.]
오늘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그의 목표는 더 높은 곳을 향해있는데요.
사이클 선수의 꿈의 무대 '투르 드 프랑스'와 올림픽 무대에서 마음껏 달려보는 겁니다.
[권지성 / 한인 사이클 선수 : 제 제일 큰 꿈은 '투르 드 프랑스'라는 대회에 나가서 스테이지 하나 이기는 거, 아니 거기 나가는 것만으로도 진짜 꿈이에요. 그다음에 트랙으로는 올림픽 나가는 거요. 이쪽은 뉴질랜드 이쪽은 한국, 엄마가 특별히 만들어 주신 양말.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에 대한 자긍심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오미라 / 권지성 군 어머니 : (지성이의 활약이) 한국을 알릴 수 있는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해요. 지성이가 잘하면 '아, 한국 사람 저런 걸 잘하는구나!' 이런 게 있어서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은 저희가 갖고 있으니까 항상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태극 문양이 새겨진 양말을 신고 드넓은 국제무대를 달릴 날을 꿈꾸며
지성 군은 오늘도 있는 힘껏 페달을 밟습니다.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대한민국 24시간 뉴스 채널 [YTN LIVE] 보기 〉
YTN서울타워 50주년 숏폼 공모전! >
대화로 배우는 이 세상 모든 지식 [이게 웬 날리지?] 〉
댓글 블라인드 기능으로 악성댓글을 가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