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 실현의 도구인 글로벌 고율관세를 앞세워 동맹경기 기조를 더욱 선명하게 이어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관세가 미국이 구축한 글로벌 동맹 체제에 치명타라는 진단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2일(현지시간) 불공정 무역관행을 구실로 삼아 세계 각국에 고율 상호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구체적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관세는 과거와 같은 협상 도구 수준을 벗어나 실제 징수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연설에서 "다른 나라를 부유하게 하려고 우리 국민에게 과세하지 않고, 자국민을 부유하게 하는 외국에 과세하겠다"며 글로벌 관세 계획을 예고한 바 있다.
사실상 모든 수입품에 20% 관세를 부과해 글로벌 통상 전면전을 촉발할 수 있는 보편관세도 최종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전해진다.
영국 BBC 방송은 "트럼프가 관세의 핵옵션을 추진한다"며 "그렇게 된다면 글로벌 통상 체계에 탄도미사일 세례급 공세"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대상국과 전방위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고율관세가 적대국뿐만 아니라 동맹국에도 차별 없이 집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안보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 한국, 일본 등이 트럼프 행정부 관세의 주요 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에 추진되는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때문에 거의 모든 동맹국의 상심이 커진 때에 추가되는 터라 심각성을 더한다.
미국의 여러 동맹국에서 이미 미국과의 관계가 임계점에 도달한 징후가 포착된다.
유럽에서는 미국에 대한 안보, 경제 의존도를 낮춰야 할 것이라는 디커플링 논의가 한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며 나토의 집단방위 체제를 흔드는 데다 최대 안보위협인 러시아 편애를 노골화하기 때문이다.
북미에서는 마크 카니 캐나다 신임 총리가 "미국과의 오랜 관계는 끝났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합병하겠다며 여의찮으면 캐나다의 경제를 초토화하겠다고 협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 표적으로 자주 거론되는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동맹들에서도 심상치 않은 불안이 관측된다.
그렇지 않아도 험악한 이 같은 여건을 고려할 때 이번 관세가 미국 동맹 체제의 마지막 지지대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의 디커플링을 심각하게 고심하는 유럽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관세 부과 때문에 대서양, 태평양, 캐나다 동맹 등 3대 기둥을 없애는 최후의 타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들 지역에서 군사적 관계, 통상 의존도, 80년 넘게 키워온 연대는 모두 밀접하게 얽혀있다"며 적대적 관세의 파급력을 설명했다.
미국 주도의 동맹 체제에서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할 수준의 파열음이 들려오는 것은 사실이다.
나토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 평화유지군을 파병하는 안을 두고 그간 나토를 주도해온 미국을 빼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 내 나토 회원국들은 미국을 벗어나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기를 토대로 자체 핵우산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은 안보 자립과 무역전쟁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함께 맞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의 최대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은 미국의 안보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 협력해 미국의 고율 관세에 대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한국, 중국, 일본이 지난달 30일 통상장관 회담에서 형성한 공감대에 대한 중국의 해석으로 과장 여부를 떠나 비상한 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을 경제와 안보의 리스크로 간주해 공동 대처하려는 동맹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자정을 넘은 심야에 "유럽연합과 캐나다가 미국 경제 해를 끼치려고 노력한다면 기존 계획보다 훨씬 큰 대규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렸다.
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노골적인 동맹 경시가 결국 제 발등을 찍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코리 샤크 미국기업연구소 외교·국방 연구 국장은 NYT 인터뷰에서 "미국은 1950년대까지는 나토가 많은 동맹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나토는 공동의 가치, 안보 약속으로 지탱되는 통상관계 때문에 살아남아 번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안보에 중요한 작전을 위해 동맹 군사력이 필요할 때 누가 도와줄 것으로 보는지, 미국 정부의 행태를 고려할 때 9·11 같은 사태가 다시 벌어지면 누가 측은히 여겨줄 것으로 보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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