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포트 ▶
길은 한산했습니다.
공항 전체를 휘감은 적막감.
탑승 수속장도 텅 비었습니다.
여권 판독기는 언제까지 쓰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인적이 없는, 마치 완공 전의 새건물 같은 모습.
꼭 1년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작년 1월 20일엔 2천 100편이 뜨고 내렸지만, 오늘은 200여편이었습니다.
[김의주/인천공항 청소업체 소장]
"불 꺼진 출국장을 보면요, 흉물스러울 정도로 되게 썰렁합니다. 지금 밤 늦게 현장에 작업을 하러 가게 되면 '어두워서 어떨 때 겁난다'고 하는 직원도 있습니다."
면세점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매출은 1년 전의 10% 아래로 뚝 떨어졌습니다.
직원은 서른 명, 손님은 없었습니다.
[신현주/인천공항 면세점 직원]
"다시 바쁜 그때로 돌아갈 수 있으면 성수기 때 안 쉬어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습니다."
1년 전만 해도 이곳 출국장은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여행이 우리를 떠나버렸습니다.
특별한 줄 몰랐던, 그 특별하고도 소중한 일상은 과연 언제쯤 우리 곁으로 돌아올까요?
'떼창'의 감동, 앙코르의 전율도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대형 공연부터 소규모 연극까지 공연장의 불도 꺼졌습니다.
[박도현]
"생각도 안 날 정도로 오래됐는데, 연극 공연(본 게) 진짜 1년 정도 된 것 같아요."
극장 한 번 가보지 못했다는 말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연인도 떨어져 않아야 하고, 영화를 보며 팝콘도 먹지 못하는 생경함이 극장을 뒤덮었습니다.
[김리경]
"좌석을 띄워앉고 있잖아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굳이 영화관 가서 영화 봐야 하나…"
[한아름]
"팝콘도 먹고 콜라도 먹고 해야 하는데 (상영관 안에서) 마스크 벗기가 조금 걱정되더라고요."
경기장에서도 관중의 함성이 사라졌습니다.
메아리 없는 외로운 응원전, 흥이 나지 않습니다.
[장은유/KB스타즈 배구단 치어리더]
"관객분들이랑 마주할 수 있어서 치어리더를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응원단에) 들어오자마자 무관중돼서, 사실 꽉 찬 경기장을 본 적이 없어서 얼른 풀려서…"
등굣길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첫 학교 생활, 다가가기보다 거리두기를 먼저 배웠습니다.
[양지민(초등학교 1학년)]
" 다는 못 봤어요. 이름 잘 모르는데…"
대화가 막힌 교실에서는 손으로 말하는 법을 익혔습니다.
[장해나(초등학교 1학년)]
"<(반찬) 너무 맛없지 않니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아요?> 말하고 싶은데 그냥 손으로 말해요. 이거 맛있다고 이렇게 말해요. "
동심에도 그리움이 쌓였습니다.
[양지민(초등학교 1학년)]
"친구들하고 노는 거요. 놀이동산에서도 신나게 놀고"
[장해나(초등학교 1학년)]
"놀이터에서 시소랑 그네도 타고 싶어요. 마스크도 벗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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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주 기자(tallmoo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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