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를 표명한 뒤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힌 뒤 검찰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2021.3.4 hih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김주환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4일 검찰은 온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검사들은 여권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법안을 발의했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라면서도 조직의 수장이 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나게 된 점에 착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선 검사들은 이날 오전 윤 총장의 사퇴설에 크게 술렁였다. 윤 총장이 금명간 사퇴하는 게 맞는지 확인하려는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후 오전 11시15분께 윤 총장의 입장 표명 소식이 전해지자 검찰 내부에선 총장 사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검사들은 뉴스 생중계를 통해 윤 총장이 마지막 메시지를 던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여권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란 기치 아래 중수청 설치를 강행하는 상황에서 총장의 중도 사퇴가 불가피했지만, 이처럼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는 게 검찰 내부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지방검찰청의 한 간부는 "중수청법은 검찰청 폐지 법안이어서 총장이 조만간 사퇴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늘 할 줄은 몰랐다"고 했고, 수도권 검찰청의 고위급 간부는 "총장이 남아 힘을 써줬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쉬워했다.
지방 검찰청의 한 검사는 "여권이 중수청법을 밀어붙이며 검찰 조직 자체를 껍데기만 남기려는 상황이라 조직 대표로서는 반대 표시를 공개적으로 하는 게 맞다"며 윤 총장의 결단에 공감했다.
검찰 내에서는 윤 총장 사퇴에도 중수청이 예정대로 설치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재경 지검의 한 간부는 "총장이 나가 중수청을 막을 수만 있다면 100번은 나가야 하는데, 여당이 중수청 설치 추진을 그만둘 것 같지 않다"며 "총장이 나가는 실익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윤 총장이 끝까지 남아 중수청 설치를 막았어야 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검사는 "총장을 눈엣가시로 생각하던 여당 입장에선 잘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사퇴하는 것보다 검찰에서 버티며 중수청을 막는 게 더 힘든 일"이라고 했다.
검찰 내에선 벌써 윤 총장 후임으로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만큼 앞으로 정권을 겨냥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신임 총장의 임기 시작 전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이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금 의혹 사건 등 주요 사건 수사의 마무리 작업에 속도가 붙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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