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뜻밖의 도전에만 꽂혔습니다.
배가 사람을 태워서 가는 게 아니라 사람이 배를 끌고 가다니. 더구나 500kg의 무거운 배에 사람이 줄을 매달고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호수를 가로질러 가는 게 목표라고 했습니다. 모두 세 사람이 이 도전에 나섰는데, 한 사람씩 차례로 수영을 했습니다.
장애인 올림픽 수영 선수였던 프랑스의 테오 쿠린은 티티카카 호수를 헤엄쳐 건넌 후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테오 쿠린 영상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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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해 보일 수 있는 도전은 11일 만에 성공적으로 끝이 났습니다.
예상했던 열흘보다 하루가 더 걸렸습니다. 볼리비아 코파카바나에서 페루 우로스까지, 122km를 헤엄쳤습니다. 프랑스 출신 장애인올림픽 수영 선수, 올림픽 수영 선수, 환경운동가가 함께한 모험이었습니다. 두 팔과 두 다리가 없어도 힘차게 역영했던 테오 쿠린의 포효엔 울음이 섞였습니다.
11일간 122km 호수를 가로지른 세 사람의 모험, 티티카카 호수는 한계에 도전하는 무대 너머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습니다. (테오 쿠린 영상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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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은 무슨 이유로, 그토록 힘든 일에 뛰어들었을까.
동시에 이 세 사람의 도전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해발 3800km. 그저 세 사람의 극복 대상이려니 생각했던 티티카카 호수는 남미의 볼리비아와 페루가 감싸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숨쉬기 어려운 안데스산맥의 고산지대, 더구나 요즘 호수의 물 온도는 영상 1~2도로 물에 들어가면 몸이 얼어붙을 정도입니다
세 사람의 도전이 가리키는 곳, 티티카카 호수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시름하고 있습니다. (테오 쿠린 영상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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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페루와 볼리비아 사람들에겐 삶의 터전입니다. 가장 많은 물을 품고 있는 담수호라서 주변 지역 사람들에겐 생명의 젖줄입니다.
그러나 이 호수는 위기와 맞닥뜨린 지 오래입니다. 이미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안데스 산맥 빙하가 사라지면서 티티카카 호수의 물은 점차 줄고 있습니다. 또 이 호수 주위 도시엔 사람들이 몰리면서 물은 오염되고 있습니다.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 볼리비아는 이미 두 번째로 큰 푸포 호수가 같은 이유로 말라버렸습니다.
이젠 당연하게 우리 곁에 있었던 호수도 , 기후 변화 여파로 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먼 나라 이야기려니 싶지만 우리 주위도 기후 변화의 징후는 하나씩 찾아들고 있습니다. 세 사람은 도전보다, 도전이 가리키는 곳 '티티카카'를 지켜봐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오광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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