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 1세대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데이터 분석가 유준호 씨. 데이터에 관한 질문에 답할 때면 마치 사랑에 빠진 듯 진중해 보이던 그는 데이터를 두고 “매일 보지만 볼 때마다 어렵다”라고 말한다.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같은 일을 반복하며 데이터를 추출하는 것도 결과를 매번 다르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 때문에 데이터 분석 업무는 자격증과 교육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실무적인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정량적인 업무에 정성적인 진심까지 더하는 그의 열정에 스튜디오 안은 열기로 가득했다.
이하 인터뷰어는 ‘김’ 인터뷰이는 ‘유’로 표시합니다.
[Interview Chapter 1: 빗썸 데이터 마케팅팀 데이터 분석가 유준호]
빗썸 데이터 마케팅팀의 유준호 분석가. 유입 경로, 행동 패턴 등과 같이 유의미한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데이터 마케팅 업무를 진행한다. ⓒ파이낸셜뉴스 유튜브 채널 [루틴] 영상 갈무리.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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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준호 님 안녕하세요. 빗썸에서 데이터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계시는데요. 데이터 마케팅 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유: 안녕하세요. 데이터 마케팅은 고객들의 유입 경로, 행동 패턴을 분석해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입니다.
김: 데이터를 분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이터가 있을까요?
유: 주로 고객들의 로그(Log) 데이터를 가장 많이 확인하는데요. 어느 경로로 들어와서 어디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머무르며 어떤 행동을 하는지 분석합니다.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고요.
김: 데이터 분석 시 어떤 도구를 가장 많이 사용하시나요?
유: 일반적으로 ‘R(R Programming)’이나 ‘파이썬(Python)’ 같은 프로그램을 많이 쓰는데요. 저는 팀원들과 코드를 공유하기 용이한 파이썬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 주간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변화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마케팅 플랜(전략)을 수립한다. 진행한 캠페인의 성과를 측정하는 업무까지 그의 몫이다. ⓒ파이낸셜뉴스 유튜브 채널 [루틴] 영상 갈무리.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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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일주일간의 업무 루틴이 궁금한데요.
유: 우선 월요일에 일주일간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데이터 현황을 공유합니다. 이후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변화를 분석하고, 마케팅 플랜(전략)을 수립합니다. 이후 진행한 캠페인의 성과를 측정하는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 빗썸의 혜택 존(Zone)을 예시로 마케팅 플랜(전략)을 짜는 과정을 설명해 주시겠어요?
유: ‘룰렛’이라는 이벤트를 예로 들어볼게요. 이 게임은 고객이 룰렛을 돌리면 확률에 의해 리워드를 받는 구조인데요. 데이터 마케팅은 이때 제공하는 리워드 상품을 조금 특별하게 바꾸면 어떨까 하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포인트 외에 피자나 치킨 혹은 배달 앱 금액 상품권 등 다양한 아이템을 추가해서 이벤트를 진행해 보고 싶었어요. 조금 더 재미있게요. 데이터를 분석해 다양하게 시뮬레이션했더니 승산이 있다고 판단이 되었고 실제로 진행했더니 고객 참여도가 좋게 나왔어요.
김: 데이터 마케터로서의 목표도 알 수 있을까요?
유 : 빗썸을 국내 고객들이 만족하는 거래소로 만드는 것이 제 목표인데요.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들이 느끼는 불편 사항이나 보완이 필요한 곳이 있는지 분석하고, 적절히 대응하여 고객 만족을 끌어내고 싶습니다.
[Interview Chapter 2: 정성적으로, 정량적으로]
김: 빗썸 이전에 컨설팅 회사와 이커머스 회사에서 재직한 경험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곳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유: 컨설팅 회사에서는 유동 인구 데이터를 만들었고요.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 컨설팅도 진행했습니다. 커머스 회사에서는 딥러닝 모델을 만드는 업무를 담당했으며, 데이터베이스들을 관리하고 데이터 스케줄링 작업도 했습니다.
김: 데이터 분석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유 : 대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데이터 관련 강의를 수강한 적이 있어요. 그때 강의를 듣고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김: 수학과를 졸업하셨다고 들었는데, 수학과에서 데이터 분석 전문가 쪽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흔한가요?
유: 대부분은 학원에서 근무하거나 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최근에는 데이터 관련 강의가 많이 개설되어서 저처럼 데이터 분석 쪽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남들이 아직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개척한 유준호 씨.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 그가 지나온 길에 많은 고민과 노력의 흔적들이 엿보였다. ⓒ파이낸셜뉴스 유튜브 채널 [루틴] 영상 갈무리.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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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데이터 분석가가 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교육이나 자격증을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유: ‘ADsP’ ‘빅데이터분석기사’ ‘SQLD’ 같은 자격증들이 있어요. ‘ADsP’는 데이터 분석 기술 및 통계학, 머신러닝 알고리즘, R 언어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요. ‘SQLD’는 SQL 언어에 대한 평가 시험을 말합니다. 이런 자격증은 사실 기본적인 것들이라 취득해 두면 좋을 것 같아요.
자격증 외에 데이터 진흥원에서 하는 강의나 프로젝트들 혹은 ‘코세라(Coursera)’라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해외 대학교 강의들도 도움이 될 것 같고요.
김: 데이터 관련 경험 외에 업무적으로 필요한 소양이나 지식 같은 것도 있을까요?
유: 데이터 분석을 하다 보면 여러 알고리즘을 실제 업무에 적용해야 하는데, 이때 알고리즘들이 어떻게 구현되고 작동되는지 사람들에게 공유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것을 이해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선형 대수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데이터 분석 전문가의 면접도 궁금한데요. 본인이 작업한 주요 프로젝트나 성과를 보여주는 방법이 있을까요?
유: 어떤 프로젝트를 했고, 내가 그 프로젝트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보여주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또 어떤 로직을 만들었는지도 설명하면 좋고요. 실제로 어느 정도 퍼포먼스가 나왔는지 본인이 달성한 성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로 이야기합니다.
김: 빗썸 채용 과정도 궁금한데요. 총 몇 차례의 단계를 거치셨나요?
유: 서류 심사 이후 면접을 진행하고, 대면 면접 이후 코딩 테스트를 봅니다.
그는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같은 일을 수없이 반복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파이낸셜뉴스 유튜브 채널 [루틴] 영상 갈무리.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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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면접 질문이나 코딩 테스트 문제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을까요?
유: ‘상사 혹은 팀원들과 트러블이 있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지?’라는 질문을 받았던 게 기억에 남아요. 저는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여 결과를 도출한 뒤 이 결과를 가지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김: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끈기 있게 계속 시도를 해보고 최선의 결과를 도출한 뒤 대화를 통해 해결하셨다는 거네요. 이런 질문을 하신 걸 보면 빗썸은 인성을 중요시하는 회사인 거 같아요.
유: 네(웃음). 그런 것 같네요.
김: 데이터 분석가에게 데이터란 무엇인가요?
유: 매일 보면서도 참 어려운 게 데이터인 것 같아요. 볼 때마다 계속 인사이트가 달라져서요. 데이터나 수치적인 것만 쫓다 보면 오히려 정성적인 판단이 필요할 때 놓치는 경우도 생기거든요. 그렇지만 한편으론 확실한 정보를 캐치할 수 있다 보니 필요한 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 좋기도 합니다.
[Interview Chapter 3: What’s Your Routine?]
면접을 앞두고 고객의 관점에서 직접 경험해보며 자신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고, 실제 면접을 볼 때는 자신이 존경하는 이들에게 배운 것들을 활용한다. ⓒ파이낸셜뉴스 유튜브 채널 [루틴] 영상 갈무리.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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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경험과 분석을 조화롭게 여기는 준호 님의 면접 루틴이 궁금한데요.
유: 빗썸 같은 플랫폼 회사에 지원할 때는 실제 서비스를 사용해 보면서 좋았던 점과 불편했던 점을 직접 확인해 봅니다. 이것들을 바탕으로 제가 잘할 수 있는 일들과 연관 지어 어떤 방식으로 기여해 볼 수 있을지 시뮬레이션을 해봐요.
또 예전에 같이 일했던 분들 중 존경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요. 그분들이라면 이 면접 질문에 어떻게 답변했을지 생각하면서 답변했더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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